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지 않고, 보고 싶어 하는 이미지를 보려고 든다. SK 김성근 감독이나 두산 김경문 감독 같은 시대의 승부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그들이 명장으로서 버틸 수 있을는지 모른다. 절망에서 낙관을 찾지 못하면 자멸할 수밖에 없는 나날일 터이기에.
양 팀 공히 ‘패배=탈락’인 플레이오프 5차전을 하루 앞둔 12일, SK와 두산의 사령탑은 같은 현상에 다른 해석을 내렸다. 5차전 최대 변수로 떠오른 SK 우완 셋업 윤길현의 몸 상태에 대해 두산 측은 “못 나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SK 쪽은 “큰 부상은 아니다. 윤길현은 예전부터 그런 통증이 있곤 했다”라고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단 김성근 감독은 “무리시키지 않겠다. 왼손 불펜 3명이 있으니까”란 말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양 감독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5차전 ‘키맨’으로 SK 선발 카도쿠라를 꼽았다. 그러나 두산 김 감독이 “2차전처럼 또 잘 던질 수 있겠는가. 나이도 있는데 4일 쉬고 등판해 회복력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데 비해 SK 김 감독은 “카도쿠라는 회복력이 좋아서 원래는 글로버와 선발 순서를 바꿀 것을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SK는 “카도쿠라가 2차전처럼만 던지면 중후반 이후 불펜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두산 김 감독은 선발 금민철 외에 세네뇨, 지승민 등 왼손 3인방을 앞세워 “승산 있다”라고 호언하고 있다. 특히 지승민의 포크볼에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 순간, SK의 문학구장에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SK 김 감독이 이호준, 이재원, 나주환 등 우타자를 집중 조련하고 있었다. 특히 김 감독과 쇼다 타격코치는 이호준을 끝까지 따로 남겨놓고 특타를 시켰다. 그런 뒤 “많이 좋아졌다. 이재원과 더불어 4번타자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제 제자 감독이 4명인데 프라이드가 걸려 있다. 두산에 3연패로 졌다면 은퇴 기자회견을 할 각오도 했었다”란 극언까지 불사했다. “막판까지 물고 늘어지는 뚝심은 두산보다 오히려 SK가 강하다”고도 했다. SK, 두산 중 어디가 이겨도 14일 하루만 쉬고 15일부터 ‘푹 쉬고 준비한’ KIA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 돌입하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그럴지라도 그땐 그때고 일단은 5차전을 이기고 봐야한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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