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안 줘? 허허∼.”(최경주)
“주고 싶은데 보는 분이 많으시니….”(양용은)
최경주(39·나이키골프)는 2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2m에 붙인 뒤 절친한 후배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에게 짓궂게 컨시드를 요구했다. 농담을 건넨 최경주는 가볍게 버디 퍼트를 넣어 1번홀부터 누적된 상금 1200만 원을 챙긴 뒤 미소를 지었다.
13일 용인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파72·7546야드)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챔피언십 스킨스게임(총상금 1억5000만 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다 모처럼 국내 무대에 나란히 선 최경주와 양용은은 위창수(테일러메이드), 허석호와 함께 홈 팬 앞에서 우정 어린 대결을 펼쳤다. 이들은 이날 상금 전액을 적십자재단, 최경주재단,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에 자선기금으로 내놓았다.
갤러리의 관심은 역시 아시아 최초 메이저대회 챔피언인 양용은에게 집중됐다. 이날 새벽 귀국한 양용은은 시차와 여독에 아랑곳없이 폭발적인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갤러리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3번홀(파3)에서 최경주가 10m 가까운 버디 퍼트를 넣자 7m 거리의 버디 퍼트로 응수하며 화끈한 팬 서비스를 했다. 6번홀(파5)에선 가볍게 투온에 성공한 뒤 7m 이글을 낚는 묘기도 펼쳤다.
대미는 맏형 최경주가 장식했다. 1600만 원이 걸린 18번홀(파4)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열린 벙커샷 대결에서 최경주는 공을 1.2m에 붙이며 승리해 이날 총 5800만 원을 벌어 우승을 차지했다. 위창수가 2위(5000만 원), 양용은은 3위(4200만 원). 허승호는 한 개의 스킨도 얻지 못했다.
스킨스게임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용은은 “최 프로님이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경주는 “양 프로가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내가 더 축하를 받았을 정도로 한국 골프의 큰 경사였다.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용인=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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