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엔 3차례 보수…비오면 방수포·황토 덮느라 정신없어요
“중요한 날이니까 많이 긴장되네요!”
13일 SK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벌어진 인천 문학구장. 이 곳의 그라운드 관리를 맡고 있는 김상훈 씨는 어느 때 보다 세심하게 마운드를 다지고, 그라운드를 고르게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SK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문학구장 그라운드 관리를 맡아 올해로 10년째인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은 다르게 느껴진다. 매번 만원 관중이 들고, 선수들도 특히 경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스트 시즌에는 정규 시즌 보다 1명을 충원해 총 5명이 그라운드 관리를 맡는다. “다른 구장 보다 그라운드 상태가 안 좋다는 얘기가 나오면 안 되잖아요. 불규칙 바운드, 잔디 상태, 마운드 등 많이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자신은 있어요. 선수들한테 그라운드 상태 물어보면 알거에요.”
그라운드 내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투수 마운드다. 마운드가 좋지 않으면 투수들이 최상의 공의 던지기 힘들다.
문학구장은 황토와 마사토를 섞어 다지는데 흙 값으로만 150만 원 정도가 한 시즌에 들어간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가라앉은 그라운드에 흙을 덮어 올리는 보토 작업에 1500만 원이 투입된다.
경기 중 그라운드 정비는 보통 3,5,7회가 끝난 후 세 차례에 걸쳐한다.
하지만 안타가 많이 나고, 그라운드가 많이 파일 때는 몇 차례 추가 정비를 한다. 경기 전 이날 결과를 예상하는 질문에 그는 “(SK)점수가 많이 나면 매회 (정비하러)나갈 수 있다”고 미소 지었다.
그의 바람은 이날 엉뚱한 방향으로 ‘적중’했다. 안타가 많이 터져서가 아니라 2회 초 두산 공격 때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출동하게 된 것.
그가 이끄는 그라운드 관리팀은 비로 인해 주심이 경기 중단을 선언하자 방수포를 들고 외야에서 뛰쳐나왔다. 우선 외야를 덮고 마운드와 타석을 차례로 덮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폭우는 이미 그라운드 컨디션을 최악으로 만들었다. 그는 1루와 3루 측 내야에 고인 빗물을 손 걸레로 닦고, 마운드에 황토를 부어 다지는 등 그라운드를 동분서주하며 바삐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 온 몸은 빗물과 땀방울로 흥건히 젖어 들었다.
이 날은 그에게 있어 한마디로 ‘고생문이 활짝 열린 날’인 셈.
하지만 그는 노게임이 선언된 뒤 그라운드를 내려오면서 미소를 잊지 않았다. 5차전이 다시 치러지는 14일엔 SK가 안타를 많이 쳐서 그라운드에 일찍 출동할 그림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문학|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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