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게임은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시리즈를 통해 또 한번 드러났다. SK는 김광현 송은범 전병두 등 국내파 핵심투수 3총사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악조건 속에서도 2패 뒤 3연승을 거뒀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은 예상 외로 문학 원정 1·2차전에서 승리하고도 또 한번 좌절을 맛보며 아픈 가을을 보내게 됐다. 2연패 후 극복하는 SK의 저력은 야구계가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5차전 초반 흐름을 좌우한 주심의 판정
1회말 SK 톱타자 박재홍 타석. 볼 카운트 2-2에서 몸쪽 약간 낮은 볼이 들어오자 최수원 주심은 볼을 선언했다. 최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은 평소 타이트한 편인데 그 공 하나 차이가 풀카운트로 이어졌고 결국 홈런으로 이어졌다. 그 홈런으로 기복이 심한 세데뇨는 흔들렸다. 박재홍이 삼진으로 물러났다면 기세가 오른 세데뇨가 1회 그렇게까지 무너지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세데뇨로선 그 이후 정근우에게 풀카운트에서 또 볼넷을 내보낸 것이 결정타였다.
○3차전 9회말-두산 불행의 서곡
적지에서 먼저 2승을 챙겨 잠실로 돌아온 두산은 3차전 1회 선취점을 내주고도 6회 동점을 만들며 게임을 팽팽하게 이끌었다.
두산은 9회초 1사 1·3루 위기에서 중견수 이종욱의 그림 같은, 이번 시리즈 최고의 호수비가 나오면서 병살을 연출해 다시 분위기를 끌어왔다. 그리고 이어진 9회말 1사 2루서 정수빈이 삼진, 2사 1·2루서 고영민의 2루 직선타가 나오면서 끝내기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두산은 거기서 끝냈어야 했다.
○4차전 연이은 병살타가 결정타
0-3으로 뒤진 두산의 4차전 3회 공격. 고영민의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무사 1·3루서 최준석의 땅볼 때 3루주자 김동주의 발이 묶인 상태에서 병살타가 나오면서 흐름이 끊겼다. 4회 1사 만루서 나온 고영민의 병살타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고, 이는 7회 ‘믿었던 유격수’ 손시헌의 실책으로 이어지며 두산은 결국 2승2패로 몰리게 된다.
○하늘도 외면하고….
비장한 각오로 문학에 다시 온 두산 김경문 감독은 13일 ‘4번 김현수∼5번 김동주’라는 승부수를 들고 나왔다. 김동주와 동반 출장하면서 김현수가 4번을 맡은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2회초 선두타자 김현수의 홈런이 터지자 두산은 좋은 예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한 듯 비를 뿌렸고, 결국 강우콜드 노게임이 선언됐다. 김 감독은 황급히 덕아웃을 빠져나가면서 “운이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가 오지 않고 정상적으로 게임이 진행됐다면 적어도 두산에게 5차전 결과 같은 대패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3일 우천노게임은 구원 의존도가 높은 SK에겐 행운이나 다름없는 휴식일이 됐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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