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리자 수원 삼성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수원은 18일 성남 일화 원정에서 2-3으로 패하며 6강 PO진출이 좌절됐다. 1995년 창단 후 정규리그 PO가 있었던 해에 수원이 탈락한 건 2000년과 200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6강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그러나 본부석 오른쪽에 위치한 수원 팬들은 졌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펠레스코어(3-2)가 말해주듯 90분 내내 치열한 경기였다. 수원은 공격의 핵 에두와 중앙수비수 곽희주가 각각 경고누적과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차포를 떼고 경기에 나선 셈. 시작도 좋지 못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상대 몰리나에게 헤딩골을 얻어맞았다. 11분 뒤 리웨이펑의 헤딩골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사샤와 라돈치치에게 또 다시 골을 허용해 스코어는 1-3으로 벌어졌다. 비겨도 6강에 오를 수 없는 상황. 포기할 법도 했지만 수원은 무기력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세 번째 실점 3분 만에 김두현의 벼락같은 오른 발 슛으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뒤 이후 20여분 동안 사력을 다해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기자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성남 홍보팀 관계자는 초조한 듯 연신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골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지만 다음 달 8일 바로 이곳에서 다시 성남과 FA컵 결승 ‘리턴매치’를 치르는 수원 입장에서 이날 보여준 막판 투혼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수원 차범근 감독 역시 “FA컵 결승은 오늘과 또 다를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