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볼턴 원더러스의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서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온 팬들 탓에 이전 같은 통일감은 사라졌다. 볼턴 응원석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인지 옷을 맞춰 입고 이청용을 응원하는 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확 띄었다.
경기 시작 30분전 볼턴 응원석에는 10대 영국 소년 9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 흰 티셔츠를 입은 그들은 가슴에 빨간 테이프로 ‘청용’(CHUNG YONG)의 이니셜을 각각 만들고 나란히 앉아 ‘청용’을 완성했다. 이는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영국 기자들조차 한국 취재진에게 다가와 “저기 좀 보라”며 신기해했다.
선수 소개 시간에 이청용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볼턴 팬들은 어느 때 보다 큰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팀의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최근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의 구세주가 된 이청용의 높아진 인기가 반영된 장면이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팬들에게 온갖 질타를 받고 있는 볼턴의 개리 멕슨 감독 역시 이청용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한국대표팀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그를 선발로 내보냈다. 박지성이 결장해 ‘코리안 더비’가 성사되지 않았지만,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박지성의 절친 에브라와 이청용이 포지션 상 계속 겹쳐 과연 누가 이길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청용은 피로가 덜 풀린 탓인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간혹 감각적인 패스를 선보이긴 했지만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았다. 전반 25분 에브라를 포함한 맨유 수비수 3명을 제치고 케빈 데이비스에게 볼을 연결하는 장면은 좋았지만 공격 포인트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청용은 팀이 0-2로 지고 있던 후반 7분, 장신 공격수 이반 클리니치와 교체 아웃됐다. 멕슨 감독은 벤치로 돌아오는 이청용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토닥거려줬다. 이청용은 에브라와 긱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몸싸움과 공중볼 다툼에 밀렸고, 맨유 선수들의 강력한 압박에도 고전했다.
멕슨 감독은 “이청용이 시차적응과 피로 등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며 “다음부터는 그가 한국으로 A매치를 다녀온 직후 경기에 바로 투입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지성은 이날 교체 선수 명단에도 끼지 못해 최근 5경기 연속 결장했고, 맨유는 볼턴을 2-1로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