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사진)는 대회마다 다시 태어난다.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200점대(207.71점)를 돌파했다. 7개월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다시 세계기록(210.03점)으로 우승했다. 이 모든 게 피겨에 대한 열정 덕분이다. 김연아를 19일 캐나다 토론토로 떠나기에 앞서,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 베르시 빙상장의 딱딱한 공식 기자회견장이 아닌 프레스룸 한 모퉁이에서 만났다.
―이번 대회를 마친 소감은….
“올여름 준비 과정이 긴 만큼 힘들었어요. 잘할 자신은 있었지만 첫 대회여서 걱정도 됐죠.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를 한 번 못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워요. 세계기록도 세웠으니 좋은 출발이죠.”
―첫 대회부터 세계기록을 세웠는데 나머지 대회가 부담이 되진 않나.
“보통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점수가 높아지는데 생각보다 빨리 점수가 잘 나왔어요. 다음 대회가 부담이 되지만 점수보다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걸 제대로 연기하는 게 중요하죠.”
―경기에서 실수를 한 데 대한 아쉬움은 없나.
“지난 세계선수권과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앞으로 보완할 부분이 더 많죠. 실수는 빨리 잊으려 해요. 예전에는 당황했지만 나머지 연기만 잘하면 큰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죠.”
―심리 치료를 받아본 적은 있나.
“전혀 없어요. 제 성격 자체가 피겨를 하기에 꼭 맞는 것 같아요. 타고난 성격인지 실수를 해도 마음에 담지 않는 편이에요.”
―경기 전 마인드 컨트롤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속으로는 긴장해도 겉으로는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요. ‘나는 이미 준비가 돼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죠. 몸을 움츠리면 더 긴장하게 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프리스케이팅을 할 때 빙판 위에 해바라기 씨가 있어 방해를 받았다는 논란이 있는데….
“빙판 위에 뭐가 있는지 몰랐어요. 얼음이 패어 있는 곳에 날이 걸리는 바람에 중심이 흔들려 점프를 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제 실수를 무엇인가에 꿰어 맞추고 싶진 않아요.”
―손톱에 검정 매니큐어를 칠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데….
“쇼트프로그램에서 총 쏘는 안무 등 손 동작이 많아요. 검정 손톱을 해봤는데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요. 작은 것 하나도 프로그램 분위기를 바꿀 수 있거든요.”
―쇼트프로그램 의상은 계속 입을 것인가.
“원래 생각한 디자인은 아니었어요. 올림픽 시즌인 만큼 다른 의상도 준비할 생각이에요. 앞으로 의상은 이번 것을 보완할 수도 있고 새로운 의상이 될 수도 있어요.”
김연아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차근차근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이 좋아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할 것 같다”며 “한국은 내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에나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