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4차전] 노점상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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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20시 13분


“이 일을 하면서 자식들 다 대학 졸업 시켰으니….”

문학구장에서 만난 권 모(62·여) 씨.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리어카를 끌어왔으니 벌써 30여 년 가까이 흘렀다.

지금은 철거된 ‘한국 스포츠의 성지’ 동대문 운동장도 6년 넘게 누볐으니 업계 최고의 산 증인인 셈이다. “90년대, 아니 2000년대 초만 해도 장사가 잘됐지. 자식 3명 대학 졸업시켰고 시집 장가까지 보냈어요.”

노점상은 철을 많이 타고, 부침도 많다. 불과 몇 년 만에 환경이 싹 변했다. 인터넷 예매 탓이다. 표를 구하기 위해 밤샘 줄을 서던 팬들이 사라졌다. 신용 카드도 한 몫 한다.

“연회비니 뭐니, 혜택이 많은데 현금을 왜 써? 오징어 3000원, 쥐포 2000원인데 ‘카드 되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어요(웃음).”

권 씨는 막내(29)를 작년 말, 장가보내며 노점을 그만두려 했지만 조금이나마 모아둬야 노후 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전히 행상을 다닌다.

올 해는 한 달 평균 70만 원 가량 벌었으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6~8월에는 50만원도 채 벌지 못했다고. 하루 매상 10만원을 올리면 순익은 딱 절반이 남는다. 그래도 포스트 시즌에는 많게는 20만원까지 모을 수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물론 원정도 떠난다. 한국시리즈 4차전. 자택이 있는 봉천동에서 아침 9시쯤 출발해 문학구장에 11시부터 진을 쳤다.

얼마 전, 플레이오프 때는 부산을 찍고, 광주로 올라왔다.

이 때는 스포츠 신문이 필수 아이템. “제가 신문을 2개나 봐요. 어디서 어떤 경기가 열리는지 알아야 하니까. ‘서당 개도 3년’이라잖아. 난 30년인데. 종목도 가리지 않아. 최근에는 축구 A매치(세네갈전)도 다녀왔어요.”

그렇다면 권 씨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일까.

“당연히 퇴근 시간이죠. 수도권 경기는 오전 9시에는 집을 나가야해.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하잖아. 일 마치고 집에 가면 자정이야. 참, 내일은 경기가 없으니 둘째(딸) 집에 가봐야지.”

문학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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