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 후 2연승을 한다는 것은 SK가 위기관리, 극복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재입증한 것이다. 이제 한국시리즈의 우승 향방은 묘연해졌다. SK는 강약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이나 KIA는 선발 의존도가 높은 게임을 할 것이다. SK가 우승하려면 6차전 내에서 끝내야 유리하고, KIA는 7차전까지 가면 투수 운용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 활용에서 갈린 선발투수 희비
문승훈 주심은 평소 낮은 볼을 스트라이크로 잘 잡아주는 스타일이다. 1회 KIA 양현종은 볼이 낮고 좋았는데 2회부터 안 좋아졌다. 1회 양팀 선발의 최고 구속은 10km 가까이 차이날 정도로 양현종의 구위가 빼어났지만 두 투수는 스트라이크존 활용에서 달랐다. SK 채병용은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낮게 들어오는 직구와 떨어지는 변화구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1, 3회 장성호의 병살타와 4회 최희섭의 스탠딩 삼진 유도가 좋은 예다. 반면 양현종은 2회부터 볼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됐다.
○노림수에서 당한 양현종
2회 2사 후 양현종은 정상호에게 볼넷을 허용했는데, 큰 것을 피하기 위한 승부라서 이해할 만했다. 이어진 박재홍과의 승부. 볼카운트 0-2에서 양현종은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볼이 됐다. 볼카운트 0-3. 앞에서 슬라이더를 던졌듯 이번에도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제구가 뒷받침된 볼 배합이 필요했는데 KIA 배터리는 정직한 높은 직구를 던졌고, 노림수가 좋은 박재홍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박재상의 빼어난 수비가없었다면
SK 입장에서 박재홍의 홈런이 기선제압용이었다면, 한번 잡은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좌익수 박재상의 호수비 덕분이다. 박재상은 6회 1사 후 이용규의 타구를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슬라이딩 캐치했는데, 뒤로 빠트렸다면 적어도 2루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다. 또 3-1로 쫓긴 7회 박재상은 펜스를 넘어가는 김상현의 홈런성 타구를 절묘한 타이밍에 뛰어 올라 잡아냈다. 이는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보지 못했던 박재상의 모습이다. 만일 이용규의 타구나 김상현의 타구 중 하나만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면 게임 중반 흐름은 달리 갔을 가능성이 크다.
○실패로 끝난 조범현 감독의 타순 조정
KIA 조범현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용규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1번에 김원섭, 2번에 장성호를 배치했는데 결국 패착이 되고 말았다. 장성호는 1회 무사 1루, 3회 1사 1·3루 등 초반 분위기를 이끌어올 천금같은 찬스에서 모두 병살타로 물러났다. 이는 KIA로선 결정적 아쉬움으로 남았다. 4차전은 전반적 분위기에서 KIA가 몸이 굳어있는 느낌이었다. KIA는 초반에 리드를 잡고 가야하는데 두 차례 병살타가 팀 타선의 전체적인 위축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