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은퇴레이스 1위로 골인전국체전 우승…20년 마라톤 마침표, 가슴 뭉클 은퇴식, 뜨거운 눈물 흘러
아스라이 펼쳐진 결승선. 이봉주(39·삼성전자)는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고 털어놓았다. 국민마라토너는 불혹의 나이에도 적수가 없었다. 21일 대전에서 열린 제90회 전국체육대회 남자마라톤.
이봉주는 한밭종합운동장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며 20년 마라톤 인생의 종지부를 찍었다. 41번째 풀코스 완주에서 2시간15분25초로 1위. “이제야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42.195km를 달려온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의 얼굴은 편안해보였다.
○내 생애 첫 눈물, 내 생애 최고의 레이스
그의 마라톤 인생은 출발부터 시련으로 점철됐다. 마라토너로서는 치명적인 평발. 고교시절 육상부가 해체되는 불운. 변변한 성적조차 내지 못해 진로가 불투명했던 고3시절. 만약 그가 고교 마지막 대회였던 전국체전에서 입상하지 못했더라면, 오뚝이 드라마는 조기종영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일어섰다. 2001보스턴마라톤 우승. 2007동아마라톤 우승 등은 부진의 늪을 뚫고 솟구친 결과이기에 순위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그 울림은 일생의 마지막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충남도청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이봉주의 마라톤인생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됐다. 스크린을 응시하던 이봉주의 눈이 젖어들었다. 이내 뜨거운 눈물방울이 20년의 세월과 함께 흘러내렸다. “아마, 육상 때문에 울어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1996애틀랜타 은메달과 보스턴마라톤 우승의 환희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던 눈물. 자신조차 감동시킨 경기. 그래서 이봉주는 “오늘이 내 생애 최고의 레이스”라고 했다.
○후배들아, 레이스를 펼칠 때는 과감하게
이제 한국마라톤의 계보를 잇는 일은 후배들의 몫. 이봉주는 떠나는 순간까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레이스를 할 때는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해야 하는데… .후배들이 생각을 달리 먹어야 합니다. 오늘 실망을 했던 게 사실입니다.” 2위 유영진(30·충북)과는 2분이 넘는 격차.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어 더 열심히 뛰었다”는 이봉주. 그의 앞에 선 후배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인사말에 앞서, 그는 큰 절을 올리며 팬들과 육상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마라톤 덕분에 영광을 누린 만큼 마라톤 발전을 위한 길을 찾겠다”며 또 다른 출발선상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