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에도 독특한 나름의 방식이 있다. 광주, 문학을 찍고 잠실로 이동해 22일 열린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홈 팀 KIA 팬들은 1루 쪽은 물론, 외야 스탠드를 모두 점령한 채 플레이 볼 2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승리를 기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 깃발을 활용한 서포팅. ‘최강 기아’란 글귀가 새겨진 길이 3m, 폭 4m의 노란색 깃발은 시리즈 개막에 앞서 100% 맞춤 주문을 받아 생산됐다.
이날 KIA가 동원한 깃발은 총 12개(내야 4개, 외야 8개). 각 스탠드 통로 계단에 맞춰 10m 간격으로 배치됐다. 광주 2연전 때는 10개, 문학 2연전에선 8개를 사용했다. KIA의 상징인 대형 호랑이 풍선을 제작한 업체 코렉스의 류지호(25) 외야 응원 책임자는 3시간 전부터 아르바이트 대학생(기수)들과 예행연습을 하며 결전을 준비했다.
응원 방식은 2가지로 간단하다. 왼쪽부터 돌리되, ‘8’자와 ‘0’을 그리는 것. 이닝이 바뀔 때 ‘8’자 응원, 팀이 안타(홈런)를 치거나 득점을 올리면 큰 원을 그린다. 청주 출신이지만 열혈 KIA 팬임을 자부한 류 씨가 KIA 외야 응원 업무를 담당한지도 벌써 7년째이다.
이 때문에 눈 감고도 간극 조절쯤은 척척 쉽게 한다. 그래도 보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법. 본부석에 위치한 코렉스 이시영 팀장과 무전을 주고받으며 응원 타이밍과 박자를 정리하고, 내·외야간의 균형을 맞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대부분 ‘한 잔’ 걸쳐 불콰해진 취객들과의 추억들. 지난 주말 광주에서 2연전을 치를 때는 한 중년 남성이 기수의 깃발을 빼앗았다. 파도타기 응원을 하기 위함이라나.
깜짝 놀란 류 씨가 이를 제지하자 그 남성은 외려 큰 소리를 쳤다고. “너, SK 첩자지?” 소동은 금세 가라앉았지만 ‘깃발’을 빼앗기는 것은 군대가 교전 중 사단기를 잃는 것과 매한가지 상황이다. 류 씨와 응원 리더 입장에선 가장 아찔한 순간이다. “저희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아마추어들이 모였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제발 깃발은 빼앗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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