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행 29명 중 1부 리그 소속 8명그나마 절반인 4명은 C급계약 홀대J리그만 염두에 두는 선수들에 충격K리그, 이적·임대 등 대책 마련해야
“앞으로 3년이 중요하다. 우리 유망주들이 관심 받지 못하고 2군에 머물러있거나 하면 3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한국축구 발전은 없다.”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U-20 청소년월드컵을 치른 소회와 함께 2012런던올림픽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홍 감독이 이 자리에서 유독 강조한 건 제자들의 진로 문제.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한국축구의 미래가 좌우될 것임은 자명하다. 특히 홍 감독은 “선수들이 K리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J리그만 염두에 두고 있어 충격이었다”며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J리그 행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기량성장 쉽지 않아
홍 감독이 어린 선수들의 J리그 러시에 의문부호를 달게 된 건 이번 청소년월드컵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홍명보호 내 J리거는 모두 5명이었는데 이들이 일본에 진출할 당시와 비교해 기량성장의 폭이 크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일본 내 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출전횟수도 상당히 적다는 게 문제였다. 홍 감독은 “K리그에서는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J리그로 가서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 먹고 운동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약간의 과장이 섞인 농담조의 어투였지만 표정은 단호했다. 홍 감독은 또한 “앞으로 올림픽대표팀을 꾸릴 때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힘들다”며 실전경험이 향후 대표선발의 중요한 기준임을 시사했다.
물론 K리그만 일방적으로 두둔하지는 않았다. 홍 감독은 “U-20 대회 후 J리그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K리그는 전혀 관심이 없다. 또 어린 선수들을 선발한 후에도 이적이나 임대 등 출전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냉혹한 현실
현실은 어떨까. 홍 감독이 피부로 느낀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프로축구연맹 자료에 따르면 K리그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선수는 지금까지 모두 29명. 이 가운데 현재 1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8명에 불과하다.(2부 리그 7명) 이마저도 절반인 4명은 C급 계약을 맺고 있다. J리그 프로선수 계약제도는 3등급(ABC)으로 나눠지는데 B,C급의 연봉 상한선은 480만엔(6200만원). 또한 1,2부를 통틀어 주전급으로 활약 중인 선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전경험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큰 메리트가 없다. 그러니 다시 K리그 문을 두드린다.
J리그에서 K리그 복귀를 위해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가 7명이다. 또한 일본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출돼 현재 소속 팀이 없거나 해외 스포츠 아카데미에 적을 두고 있는 선수도 7명이나 된다. 이쯤 되면 무분별한 J리그 진출이 개인을 위해서나 한국축구를 위해서나 손해라는 분석이 무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