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수비방해] ‘과격 슬라이딩’ 3피트 라인 안에선 무죄!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7시 30분


2루 뛰던 김상현 병살막으려 다리 쭉발 걸린 나주환 1루 악송구 실점 빌미규칙엔 주자 양발 3피트 라인 내 제한

○상황

5차전 6회초 KIA 공격. KIA가 2-0으로 앞선 가운데 계속된 1사 1·2루서 6번타자 이종범이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루수 쪽 땅볼을 때렸다. SK 2루수 정근우가 더블플레이를 시도하기 위해 유격수에게 송구하면서 1루주자 김상현이 포스아웃. 그런데 김상현이 더블플레이를 막기 위해 오른발을 쭉 뻗어 슬라이딩을 하면서 2루로 돌진했고, SK 유격수 나주환은 1루에 송구를 하려다 김상현의 발끝에 걸리면서 몸의 중심을 잃고 악송구를 범하고 말았다. 3루까지 진출했던 최희섭은 곧바로 홈까지 파고들어 KIA의 3번째 득점을 올렸고, 이종범은 2루까지 진출했다.

이때 SK 김성근 감독은 ‘수비방해’라며 2루까지 달려가 임채섭 2루심에게 항의했다. 이때가 오후 8시 19분. 그러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1분 후인 8시 20분 SK 수비수를 모두 덕아웃으로 철수시켰다. 3분 후인 8시 23분 심판에 의해 김성근 감독이 퇴장 당했다. 그리고 11분간 경기 중단 후 8시 30분 SK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서면서 경기가 재개됐다.

○수비방해란?

야구규칙 2.24에 따르면 ‘인터피어런스(방해)’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공격측의 방해, 수비측의 방해, 심판측의 방해, 관중의 방해가 그것이다. SK측이 어필한 것은 야구규칙 2.24의 (a)항-공격팀 선수가 플레이를 하려는 야수를 방해하거나 가로막거나 저지하거나 혼란시키는 행위-을 지적한 것이다. 김상현이 고의적으로 나주환의 발을 걸고 넘어졌다는 주장이다.

야구규칙 7.09 (g)에도 수비방해와 관련한 내용이 있는데, 심판원은 김상현의 주루플레이가 이에 저촉되지 않는 정상적인 플레이로 판단했다. 특히 [원주]에 ‘주자는 양쪽 발이 3피트 레인(three foot lane)을 표시하는 라인 위에 있어야만 한다. 3피트 레인을 표시하는 라인은 레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고 설명돼 있는 부분이 이날 판정의 단초가 되고 있다. 김상현의 몸이 만약 주루 선상에서 3피트(91.44cm)를 벗어났다면 수비 방해지만 김상현의 몸은 주루선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판정이다. 또한 악의적으로 발을 높이 쳐들지 않고 문제가 됐던 오른발은 그라운드를 긁고 지나갔다고 본 것이다. 결국 나주환이 그 정도의 방해는 점프하거나 피해서 던져야한다는 결론이다.

○김성근 감독 PS사상 첫 감독 퇴장

KBO는 올 시즌 중반인 6월 29일 규칙위원회를 열고 후반기인 7월 28일부터 6개의 대회요강 항목을 엄격히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김성근 감독의 퇴장은 그 중 6번째 항목인 ‘감독이 어필 도중 또는 어필 종료 후 선수단을 그라운드에서 일부 또는 전부 철수하는 경우, 원활한 경기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감독을 즉시 퇴장하기로 하였다’를 적용한 것이다.

SK측이나 김성근 감독도 수비방해 여부의 판정에는 불만을 품었지만 퇴장조치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감독으로서는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첫 퇴장 기록이다. 선수까지 합치면 역대 포스트시즌 5번째 퇴장이자 한국시리즈 4번째 퇴장이 됐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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