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3회말 1사 1·3루 KIA 공격. 타석에 선 이용규는 처음에는 강공 자세를 취했다. 초구 파울 뒤 볼이 들어와 볼카운트 1-1. 다음 투구 직전 SK 벤치는 KIA의 작전을 간파해 피치 아웃 사인을 냈다.
이에 선발 카도쿠라는 포수가 일어나 왼쪽으로 이동해 받아야할 정도의 높은 공을 뿌렸지만 이미 3루 주자 이현곤은 스타트를 끊은 상황. ‘필사적’으로 스퀴즈 번트에 나선 이용규는 마치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훌쩍 뛰어 올라 감각적으로 배트를 갖다 댔다. 타구는 데굴데굴 투수 앞으로 굴렀고, 그 사이 이현곤은 홈 플레이트를 이미 지나쳤다. 스퀴즈번트 성공. 1루로 뛰어가던 이용규는 번트 성공의 기쁨에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했다.
‘알고도 당한’ SK는 망연자실했고, 경기 전 선수단에게 “무엇보다 집중해 선취점을 먼저 내도록 하자”고 당부했던 KIA 조범현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특히 KIA 코칭스태프는 시즌 때 팀내 톱타자였던 이용규가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아 4차전 선발명단에서 빼는 등 고심하다 잠실구장 특성상 외야 수비의 중요성을 감안해 그를 2번에 배치했는데, 이 역시 제대로 들어 맞은 셈. 감각적인 희생번트는 이용규 아니면 댈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