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분수령인 5차전. 3만여 관중이 스탠드를 가득 메운 경기였지만 열아홉 신인 KIA 안치홍(사진)의 침착한 수비가 초반 승부를 갈랐다.
0-0으로 맞선 3회초 SK 선두타자 나주환은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KIA 선발 로페즈가 최고 145km의 빠른 싱커를 던지고 있던 상황. SK 입장에서는 초반 천금같은 찬스지만 싱커가 땅볼을 유도하는 구질인 만큼 병살 위험성도 컸다.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당연히 보내기 번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특히 다음 타자 조동화는 발 빠른 좌타자에 작전 수행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KIA 내야는 전진 수비를 펼쳤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한 수 더 앞을 생각했는지 페이크 번트 작전을 지시, 조동화는 번트 모션을 취하다 스윙했고 1루주자 나주환도 동시에 뛰었다. 타구는 빠르게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날아갔지만 KIA 2루수 안치홍은 침착하게 잡아내 재빨리 유격수 이현곤에게 토스해 주자를 잡아냈다.
관중의 열기가 뜨거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신인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흔들림 없는 완벽한 수비였다. 나주환의 아웃으로 SK는 첫 번째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KIA는 곧이어 3회말 이현곤의 2루타에 이은 이용규의 스퀴즈번트로 선취점에 성공해 5차전 승기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