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발서 불펜 핵심요원으로 막판 부상 딛고 시리즈 합류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7시 00분


찬호, WS 진출하기까지

흔히 야구를 인생살이와 마라톤에 비교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원 전문 박찬호(36)를 봐도 이런 비유가 실감난다. 박찬호는 1994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19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고 이후 승승장구했다. 2002년에는 총액 6500만 달러를 받으며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전성기에는 월드시리즈 무대는 커녕 포스트시즌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친정 다저스에서 구원투수로 새로운 야구인생을 개척하며 2번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구원투수로 재기에 성공한 박찬호는 지난 오프시즌 월드시리즈 디펜딩 챔피언 필리스와 1년 250만 달러에 계약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제5선발로 경쟁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시범경기에서 젊은 영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박찬호는 제5선발로 시작했다.

선발은 불안했다. 찰리 매뉴얼 감독과 구단은 박찬호에게 충분한 기회를 줬지만 결국 선발로서는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5월 18일(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1.1이닝 동안 5실점한뒤 더 이상 선발로 등판하지 못했다. 다저스 때처럼 다시 불펜의 롱맨을 맡게 됐다.

진가는 불펜에서 나타났다. 선발로 난타를 당했던 그는 구원으로는 필리스 불펜의 핵심요원이 됐다. 선발 방어율 7.29, 구원 방어율 2.52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박찬호는 정규시즌 막판 워싱턴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하더니 플로리다 교육리그에서는 실전피칭을 하다가 다시 반대쪽 허벅지마저 다쳐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 때는 25명 엔트리에도 못 드는 불운을 맛봤다.

기회는 친정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왔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1차전 7회 5-4로 앞선 무사 2루서 다저스의 중심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팀의 8-6 승리를 이끌어 ‘7회 스페셜리스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날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경력에서 가장 심리적으로 압박받는 상황에서 호투해 더욱 빛이 났다.

박찬호의 리그챔피언결정전 방어율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8.10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별 의미가 없다. 구위가 나빠서 실점으로 이어진 게 아니다.

매뉴얼 감독은 월드시리즈에서도 박찬호를 7회에 등판시킬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브래드 릿지는 포스트시즌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월드시리즈에서의 호투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의 몸값 상승을 보장한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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