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7년째 남의 잔치 구경만…” 씁쓸한 LG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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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남의 잔치 구경만 하네요.”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22일. 잠실야구장 안에 있는 LG 사무실은 조용했다. 한 직원은 “SK에서 선수들 얼음찜질에 쓴다고 해서 제빙기를 빌려줬어요. 우리가 요즘 이런 일을 합니다”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LG가 잠실에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한 건 2002년 11월 8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마지막이었다. 8개 팀 가운데 3년 넘게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팀은 LG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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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이 최근 7년 동안 5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을 떠올리면 더욱 가슴이 아프다.

LG는 지난주 신임 박종훈 감독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감독은 “임기 5년 동안 팀의 한계를 넘어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입에서 자주 나온 단어는 팀워크, 팀플레이, 근성, 스킨십, 그리고 노력이었다.

LG는 전통적으로 선수들의 개성이 강했다. 가끔 ‘신바람 야구’를 했지만 ‘모래알 야구’인 경우가 더 많았다. 1989년 전신 MBC 시절 선수들은 신임 배성서 감독의 스파르타식 훈련에 불만을 품고 구단 고위층에 감독 교체를 요구했다.

전년 7개 팀 가운데 6위였던 MBC는 그해에도 6위에 그쳤다. 반면 전년 꼴찌 태평양은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태평양 선수들은 그해 신임 김성근 감독과 함께 한겨울 오대산 극기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6년 이순철 감독 시절에도 LG의 일부 선수는 공공연히 구단 고위층에 불만을 토로했다. 선수들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래서는 팀이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다.

박 감독은 1983년 타율 0.312의 빼어난 성적으로 초대 신인왕을 차지했다. 부상 후유증으로 1989년을 마지막으로 짧은 선수 생활을 마쳤지만 그의 플레이는 누구보다 성실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개성을 야구로 연결시키면 큰 힘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의 잔치를 위해 안방을 내준 LG는 16일부터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팬들은 가을에도 실전 경기로 바쁜 LG 선수들을 보고 싶지 않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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