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가 열린 22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양대 산맥인 임은지(20·부산 연제구청)와 최윤희(23·원광대)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두 ‘미녀새’의 대결에 관중의 시선은 집중됐다.
이들은 눈길 한 번,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 그라운드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윤희는 “임은지의 한국기록은 내가 잠시 빌려준 것이다. 꼭 되찾아오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임은지는 3월 대만 국제장대높이뛰기에서 4.24m를 넘어 최윤희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세운 한국기록(4.16m)을 경신했다. 4월에는 4.35m의 한국기록을 세우는 등 장대높이뛰기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됐다. 최윤희는 지금까지 17번이나 한국기록을 갈아 치운 장대높이뛰기의 간판스타였지만 최고의 영예를 올해 임은지에게 내준 것이다.
이들의 대결은 초반부터 치열했다. 최윤희와 임은지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초반에 탈락했다. 두 라이벌은 나란히 첫 시도인 3.80m에 성공했다. 이어 4m. 먼저 나선 최윤희는 가볍게 바를 넘었지만 임은지는 실패했다. 최윤희가 4.10m에 도전하자 임은지도 높이를 4.10m로 올렸다. 최윤희는 4.10m를 넘은 뒤 바를 4.20m로 높였다. 임은지도 4.20m를 신청하는 등 둘의 신경전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그러나 둘은 모두 4.20m에 실패했다. 결국 4.10m를 넘은 최윤희의 승리였다.
“1년 전만 해도 내가 한국 최고라는 생각에 안주했다. 임은지는 나의 안일함을 일깨워준 소중한 존재다.”(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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