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정규리그 1위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승강제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K리그가 시즌 막판까지도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6강 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해 ‘정규리그 1위=정상’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지만 그 의미마저 퇴색되지는 않는다. ‘챔피언결정전 직행’이라는 나름의 보상책도 이를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제 딱 1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정규리그 1위는 전북 현대와 FC서울로 압축됐다. 그리고 두 팀의 핵심 전력인 이동국(30·전북)과 기성용(20·서울)은 이제 8개월 간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을 준비를 마쳤다. 11월 1일 오후 3시에 일제히 킥오프되는 최종전에서 전북은 경남을, 서울은 전남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동국, 12년 만에 정규리그 1위 눈 앞
이동국은 “득점왕보다는 팀의 정규리그 1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늘 강조해왔다. 그의 득점포가 터질 때마다 팀이 정상에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그는 애써 부정하며 팀 성적을 유독 강조해 왔다. K리그에서 12년 째 활약하며 통산 83골을 넣은 그는 아직까지 팀과 정규리그 1위 영광을 누린 적이 없다. 물론, 득점왕을 차지하지도 못했지만 올해 정규리그에서 18골을 몰아넣었기에 이변이 없는 한 득점왕 등극은 확실시 된다. 이제 그의 배고픈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건 K리그 타이틀 뿐. 이를 위해서는 정규리그 1위가 선결 과제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최태욱과 브라질리아가 최근 잘해주고 있지만 이동국의 득점이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직전 경기였던 18일 수원전에서 5경기 만에 골 맛을 본 게 그래서 더 반갑다.
○성용, 한국 떠나기 전 마지막 선물
내년 초 스코틀랜드 셀틱 입단을 확정한 기성용은 연고지를 서울로 옮겨온 후 한 번도 K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한 팀에 마지막 선물로 정규리그 타이틀을 안기겠다는 각오다. 작년 시즌을 리그 2위로 마친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에 패하며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기에 리그 1위에 대한 갈증은 더하다. 기성용은 단짝인 이청용이 영국으로 떠나면서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 그에 따른 부담감 역시 그를 짓누르고 있다. 서울 이영진 수석코치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에 대한 압박을 떨쳐내고 게임메이커 역할에 충실하면 팀 전체 플레이가 괜찮아 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올 시즌 청소년대표팀 차출 문제, 여름 이적 갈등 등 축구계에서 늘 화두에 오르내렸던 그가 또 한 번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고 홈 팬들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