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카리스마 ‘최강희의 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2일 07시 00분


전북 1위 뒤엔 ‘강희대제’ 있었다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 DB]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 DB]
‘2대8 가르마,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님을 소개합니다.’

전북 현대 장내 아나운서는 홈경기에서 최강희 감독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한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르기 위한 중요한 일전이었던 1일 경남FC와의 홈경기 직전에도 ‘2대8’ 가르마와 ‘강희대제’는 어김없이 반복됐다. 전북에 창단 후 첫 정규리그 1위라는 값진 선물을 안긴 최 감독의 리더십은 바로 이 두 낱말에 녹아 있다.

○선수단과의 신뢰

약간은 촌스러운 듯한 최 감독의 트레이드마크가 바로 2대8 가르마. 이런 친숙함은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와도 일치한다. 최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고의 기량을 끌어내기 위해 감독이란 직책을 내세워 강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 최 감독은 올 여름 포항에서 방출된 브라질리아가 브라질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출국 3일 전에 연락해 간곡한 설득 끝에 전북으로 데려왔다. 그의 위력적인 왼발 킥을 이전부터 눈여겨봤기 때문. 정작 영입하고 보니 컨디션이나 정신상태가 생각 이상으로 엉망이었지만 꾸준히 30분씩 경기출전 기회를 주면서 신뢰 관계를 쌓아갔고, 브라질리아는 후반기 막판 고비 때마다 예의 왼발 득점포를 가동하며 1위에 톡톡히 한 몫을 해냈다. 자기중심적이던 에닝요가 팀플레이에 눈을 뜨고 수원에서 쫓겨난 루이스와 과거 최고스타라는 압박감에 짓눌려 있던 최태욱, 이동국이 전북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 역시 최 감독의 지도력과 무관치 않다. 강희대제는 중국 역사상 요순에 버금갈 정도로 현명하고 정치를 잘한 현군으로 꼽힌다. 올 시즌 전북의 성적을 살펴보면 최 감독이 ‘강희대제’로 불리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리그 정상 뒤 아시아 정복

전북은 이날 승리로 챔피언결정전 직행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최 감독은 일단 K리그 정상에 오른 뒤 챔스리그 정상을 위한 플랜을 짤 계획.

최 감독은 “어느 팀이 올라오든 우리가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PO가 3일 간격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뒤 “일단 우승을 확정지은 후에 내년 챔스리그에 대비해 수비수와 공격수를 보강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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