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의 매직이 또다시 통한 것일까. K리그 최종전에서 포항 스틸러스는 2위로 시즌을 마치는 행운을 누렸다. 난적 수원을 1-0으로 제친 포항은 서울이 전남과 비긴 덕분에 승점은 같았지만 골득실 차에서 앞서 그토록 바라던 2위에 올랐다.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한 포항은 이번 시즌 목표인 ‘트레블’ 달성에 한결 수월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3위로 K리그 챔피언십에 나서면 ‘트레블’을 위해 총 6경기(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포함)를 치러야 하지만 2위로 시즌을 마친 덕분에 4경기로 3관왕을 타진할 수 있게 됐다. 포항 박창현 코치는 “94년 미국월드컵 예선을 보는 기분이다. 경기를 끝낸 뒤 선수들 모두가 전남-서울전에 촉각을 기울이며 서성거렸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나 모두가 환호했다. 무조건 이긴 뒤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행복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포항이 2위로 시즌을 마치는 데는 서울 용병 데얀의 역할이 컸다. 데얀은 서울에는 역적이었지만 포항에는 행운의 사나이였다. 데얀은 0-0이던 후반 19분 기성용이 얻은 페널티킥을 공중으로 날려 선제골의 기회를 놓쳤다. 후반 32분 강력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실수를 만회하는 듯 했지만 유니폼 상의를 벗어 전남 벤치 앞에 던지는 골 세리머니를 하다가 한꺼번에 경고 2개를 받고 퇴장 당했다. 데얀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서울은 후반 44분에 정윤성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2위 자리를 포항에 넘겨줬다. 데얀은 이날 퇴장으로 6강 PO 전남과의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돼 서울 입장에서는 그의 무모한 골 세리머니가 더 뼈아팠다.
상암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