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맨 앞줄 가운데)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3일 목동운동장에서 전북 정읍 유소년 축구팀 리더스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홍 감독은 축구클리닉을 통해 다문화 가정 등 집안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로 구성된 리더스 선수들에게 희망을 전달했다. 사진제공|SK텔레콤
이주완(41)-리설매(33) 부부는 아들 강권국(11) 군이 공을 차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흐뭇하다. 이들 가족은 다문화 가정. 리 씨는 연변 조선족 출신으로 4년 전 아들과 함께 전북 정읍에 정착해 지금의 남편 이 씨를 만났다. 그러나 태인초등학교에 입학한 강 군은 좀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리 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았어요. 매일 밤 갑자기 악몽을 꿔서 중간에 깨기도 하구요”라며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 무렵 강 군은 리더스 유나이티드 클럽을 만났다. 리더스는 정읍에서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에 방황하던 초·중·고교생 80여명으로 구성된 유소년 팀. 이 씨 가족이 다니던 교회의 집사였던 리더스 김명철 감독이 평소 외로움을 많이 타는 강 군을 보며 축구를 권했고, 이 때부터 180도 달라졌다. 성격이 밝아지고 활달해진 것은 물론 60∼70점대를 맴돌던 학교 성적도 얼마 전 평균 96점을 받을 정도로 크게 향상됐다.
강 군은 평소 우상이던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을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3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는 SK텔레콤 후원으로 ‘홍명보와 함께하는 리더스 유나이티드 드림 클리닉’이 열렸다. 80여명의 팀원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온 강 군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TV로만 보던 홍 감독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원래 꿈은 박사였지만 리더스를 통해 축구를 알게 되면서 박사와 축구선수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공을 차면 다른 건 다 잊게 돼요. 홍명보 감독님을 만난 게 아직도 꿈만 같아요.” 그는 활짝 웃었다. 홍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꿈은 실현될 수 있다. 팀플레이를 통해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을 건넸다. 김명철 감독 역시 “홍명보 감독과 함께 한 시간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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