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눈꼴시는 KBL 총재의 ‘후한 인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4일 07시 00분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여름 이면계약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리온스 김승현에 대해 18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00만원의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채 100일도 지나지 않은 2일 느닷없이 이사회를 열어 출전 정지를 9게임으로 경감시켰다.

그새 ‘부정한 이면거래를 근절하고 프로농구의 공정경쟁과 제도개선을 위해 강력한 제재를 지속할 것’이라던 당초의 굳은 다짐은 “김승현의 자숙하는 태도와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는 오리온스에 대한 기회균등에 의한 전력평준화 원칙을 고려했다”는 옹색한 변명으로 변질됐다.

KBL 전육 총재에게 묻는다. 김승현을 가동할 수 있게 된 오리온스가 시즌 초반의 부진(2승6패)을 털고 일어나 6강 플레이오프에라도 진출하면 과연 KBL과 한국농구계가 얻는 소득은 무엇인지, 또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밟을 필요는 있는지, 나아가 향후 프로농구의 공정경쟁과 제도개선은 어떻게 이뤄나갈 생각인지(어쩌면 KBL은 이를 포기했다는 얘기인지). 적어도 농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물론 전육 총재 이전에 이미 ‘후하게’ 인심을 쓴 총재도 눈에 띈다. 2003년 사상 초유의 몰수경기 사태를 야기한 SBS에 벌금 1억원을 부과했다가 전액 면제해주고, 2006년 스포츠토토를 구매한 양경민에게 36게임 출전 정지를 처분했다가 21경기로 깎아준 총재도 있었다.

따라서 전육 총재가 김승현에게 베푼 징계 감면은 KBL과 총재가 보여온 오랜 미덕 가운데 하나를 새삼 일깨워준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시간이 흐르면 덮어놓고 잊어주는 미덕 말이다.

지금의 KBL을 세우고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숱한 이들이 애를 썼다. 농구인들과 기업인들은 물론 수많은 팬들이 기꺼이 KBL 성장의 자양분 역할을 떠맡았다.

그러나 전육 총재와 이사회 멤버인 10인의 단장들은 일순간에 KBL을 웃음거리로 전락시켰다. 적어도 전육 총재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제2, 제3의 김승현과 오리온스가 나타나더라도 그 결말은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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