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재기에 성공하며 2009년 F1(포뮬러원) 챔피언에 오른 젠슨 버튼. 잊혀진 천재의 부활은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포스트 슈마허 촉망 받던 영국 버튼 10년 부진 털고 올 F1 챔피언 등극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스무 살에 최고 무대 데뷔, 부진과 불운으로 추락, 팬들의 관심에서 잊혀져 가던 서른 즈음에 극적으로 부활. 2009년 F1(포뮬러원) 챔피언에 오른 젠슨 버튼(29·영국·브라운GP) 얘기다.
버튼이 2000년 F1 무대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그는 11세 때 영국에서 열린 카트 챔피언십 3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신동으로 불렸다. 1999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F3(F1 하부 리그) 그랑프리에서 2위를 차지한 이듬해 F2를 거치지 않고 F1으로 직행했다. 영국인들은 스무 살 청년에게서 황제 미하엘 슈마허를 능가하는 스타 탄생을 예감했다. 버튼은 데뷔 첫해 종합 순위 8위에 오르며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천재 소년의 성장은 멈췄다. 2006년 시즌 6위에 오르며 부활하는 듯했지만 2007년 15위, 지난해 18위로 다시 추락했다.
버튼은 지난해 F1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24·영국·매클래런 메르세데스)과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해밀턴은 데뷔 2년 만인 지난해 역대 최연소(23세 9개월 26일) 챔피언에 올랐다. 현재 F1에서 활약하는 영국 드라이버는 해밀턴과 버튼 등 2명뿐이다. 자국 출신 스타 드라이버 탄생에 목말랐던 영국인들은 해밀턴의 우승에 열광했다. 데뷔 10년이 다 됐지만 챔피언과는 거리가 멀었던 버튼은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하지만 버튼은 올해 극적으로 살아났다. 초반 7개 그랑프리 가운데 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F1 60년 사상 초반 7개 라운드에서 6번 우승한 드라이버는 미하엘 슈마허와 짐 클라크뿐이었다.
올해 폭발적인 힘을 보여준 버튼은 대스타의 가능성을 가졌다. 그의 우승 중에는 뒤처져 있다가 막판 역전승하는 극적인 레이스가 많다. 털북숭이 미남형 얼굴에 화려한 우승 세리머니. 이대로라면 ‘포스트 슈마허’도 그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버튼은 소속팀과의 재계약이 유력해 내년 10월 15∼17일 전남 영암군에서 한국 최초로 개최되는 한국 그랑프리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총 19라운드 중 17번째로 열리는 한국 대회에서 버튼의 우승 세리머니를 볼 수 있을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