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스퍼트할 에이스 보호하라”
감독, 이어폰 통해 수시로 작전지시
이번 대회 바람-비도 큰 변수될듯
올림픽 사이클 트랙 종목 중에는 독주경기가 있다. 남자 1km, 여자 500m로 거리가 짧아 출발부터 전력을 다해 달린다. 하지만 거리가 늘수록 힘 조절은 필수다. 작전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 도심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사이클대회인 투르 드 서울이 8일 막을 올린다. 해외 11개 팀, 국내 12개 팀 선수 115명(팀당 5명)이 출전한다. 언뜻 보면 모든 선수가 서로 경쟁하며 달리는 것 같지만 막판 스퍼트를 제외하고는 철저히 팀플레이를 한다. 도로 사이클 대회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사이클 전문가들은 공격과 수비라는 말을 자주 쓴다. 구기 종목도 아닌데 무슨 얘기일까. ‘공격’은 레이스 도중 한 선수가 그룹에서 이탈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말한다. 레이스를 주도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상대 팀 페이스를 교란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공격은 보통 돌아가면서 한다. A라는 선수가 먼저 공격했다면 다음은 B, 그 다음은 C가 맡는 식이다. ‘수비’는 상대가 공격을 했을 때 바로 따라붙는 것을 말한다.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실력이 엇비슷한 정상급 팀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동안 뒤에서 힘을 비축해 놓은 예상치 못한 선수가 갑자기 선두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바로 따라붙지 못하면 고생만 하고 남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아껴 놓은 에이스를 무명 선수에게 붙여 페이스를 망칠 수는 없는 일. 그럴 때 등장하는 선수를 업계에서는 ‘희생타’로 부른다. 상대의 독주를 방해하면서 자기 팀 리더의 길을 터주면 임무는 끝난다.
작전은 구기 종목처럼 수시로 감독이 지시한다. 감독들은 차를 타고 선수들의 뒤를 따라다닌다. 대회 본부에서 “지금 선두 그룹은 누구, 다음 그룹과의 차이는 얼마” 하는 식으로 상황을 알려주면 이를 바탕으로 지시를 내린다. 선수들은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작전을 듣는다.
○ 미끄러운 도로 코너워크 능력도 변수
도로 대회에서 바람은 언제나 큰 변수다. 이번 대회는 강변 코스가 많아 더 그렇다. 바람이 뒤에서 불면 힘을 아낄 수 있지만 맞바람이 세면 작전을 바꿔야 한다.
선수들의 행렬을 보면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자 형태로 달리면 오른쪽에서 바람이 부는 것이다. 맨 앞에서 달리는 선수는 온몸으로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뒤따르는 선수들은 앞 사람과 바짝 붙으면 그만큼 바람을 덜 맞는다. 그래서 막판 스퍼트를 노리는 각 팀의 리더는 레이스 도중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다른 팀원들이 앞쪽과 좌우를 에워싸 주면 더 힘을 아낄 수 있다.
8일에는 비가 예고됐다. 아무리 경험 많은 선수라도 평소보다 몸이 굳고 도로가 미끄러우면 브레이크와 핸들 조작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코너워크 능력이 변수가 된다. 우승후보인 서울시청의 정태윤 감독은 “이번 대회는 코스가 평탄하고 짧은 편이라 115명 전원이 한 무리를 지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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