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종료 2분전까지 1-0으로 앞서다가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허용한 뒤 결국 승부차기에서 패해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으니 그 심정이야 더 말할 게 있으랴. 더구나 신 감독은 선수시절이던 1999년 천안(성남 일화) 소속으로 FA컵 준결승과 결승에서 3골을 작렬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터라 이날 이기면 선수와 감독으로 FA컵 우승을 모두 거머쥐는 새 역사를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종료휘슬은 울렸다. 승부는 되돌릴 수 없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신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첫해 결승전이라는 큰 경기를 지휘하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첫 번째는 이기고 있을 때 경기를 지배하는 법. 신 감독은 “1-0으로 앞설 때 우리만의 정상적인 패스 플레이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앞서다 보니 자연스레 수비위주 경기가 됐다. 우리 페이스대로 갔어야 했다. 이기고 있을 때의 팀 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번째 승부처는 승부차기. 신 감독은 3번 키커로 김성환을 내세웠다. 그가 연습 때 100%%의 성공률을 보일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기에 믿었다. 수원 이운재와 성남 김용대가 모두 승부차기에 강한 골키퍼라 5번 키커에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킥이 좋은 몰리나를 5번에 배치했지만 결과적으로 판단미스였다.
선축을 한 수원의 3번 키커 티아고가 실축하면서 성남은 김성환이 골을 성공시키면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결국 이운재와의 기 싸움에서 졌다. 4번 전광진마저 실패하면서 승부의 추는 수원으로 기울었다.
신 감독은 “결과론이지만 몰리나를 3번에 세웠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성남|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