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수원 이운재 선방에 7년만의 FA컵 정상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성남과 결승전 승부차기 선방
수원 7년만의 우승 이끌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승부차기를 연상케 했다. ‘거미손’ 이운재(수원 삼성·사진)는 성남 일화의 네 번째 키커 전광진이 왼쪽을 바라보고 달려들자 몸을 날려 막아냈다. 생각을 들킨 전광진은 땅을 쳤다.

수원이 8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A(축구협회)컵 결승에서 연장까지 1-1로 비겼지만 이운재의 선방에 힘입어 승부차기에서 성남을 4-2로 따돌렸다. 수원은 1996년부터 치러진 FA컵에서 2002년 이후 7년 만에 정상에 복귀해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수원은 우승 상금 2억 원과 201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전반 27분 성남 라돈치치의 선제골과 후반 42분 수원 에두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균형을 이뤄 120분간의 접전 끝에 이어진 승부차기. 앞선 두 명의 키커에게 연거푸 골을 내준 이운재는 성남 수문장 김용대가 티아고의 킥을 막아내자 눈빛을 번뜩였다. 그리고 성남 김성환의 킥을 가볍게 막아냈다. 돌아온 프리미어리거 김두현의 킥 성공으로 3-2로 앞서자 주먹을 불끈 쥔 뒤 전광진의 눈을 째려봤다. 전광진은 왼쪽으로 깊게 감아 찼지만 이운재의 손끝을 피하진 못했다. 수원은 마지막 키커 김대의가 가볍게 킥을 성공시켜 승부를 확정지었다.

이운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승부차기 방어의 달인.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기막힌 심리전으로 네 번째 키커 호아킨의 킥을 막아 한국의 4강 신화를 쓰게 했다. 2004년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도 이운재는 ‘꽁지머리’ 김병지와 거미손 맞대결을 펼친 끝에 차범근 감독에게 우승컵을 안겼다.

이운재의 선방에 차 감독은 활짝 웃었다. 차 감독은 올 시즌 K리그에선 정규리그 10위에 그쳐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해 자존심을 구긴 상태였다. 이운재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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