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빈이 삼성화재 스타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면서 화가 날 정도였다”며 신 감독은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올 시즌 기대를 갖고 영입한 용병 가빈의 플레이가 좀처럼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날 그나마 신 감독의 마음을 풀어준 선수는 레프트 손재홍이다. 눈에 확 드러나지는 않지만 언제나 자신의 몫을 다 해주는 손재홍이 있기에 손쉬운 승리도 가능했다. 삼성화재의 힘은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해주는 선수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것이다.
손재홍은 이날 무려 70%의 공격 성공률을 자랑하며 펄펄 날았다. 디그 성공도 10개로 팀 내 최다를 기록했다. 완벽에 가까운 시간차 공격이나 안정된 리시브로 팀플레이를 주도했다. “선수 보다는 팀(삼성화재)을 위한 자세로 경기에 나선다”는 그의 말은 그의 플레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는 11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계속된 NH농협 2009∼2010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신협 상무를 3-0으로 가볍게 완파했다. 승리를 따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70분이었다.
1일 현대캐피탈과 개막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뒤 LIG손해보험과의 2차전에서 0-3으로 완패해 충격에 휩싸였던 삼성화재는 이날 승리를 추가하며 2승1패로 4전 전승을 거둔 LIG손보에 이어 2위를 지켰다.
손재홍을 비롯해 베테랑 세터 최태웅은 시간차 공격, 속공, 오픈 공격 등 완벽한 세트플레이로 찰떡궁합을 뽐내며 신협 상무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손재홍은 16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주도했고, 최태웅은 1세트에서 블로킹으로 2점을 보태는 등 공수에서 활력을 불어넣었다. 센터 고희진은 블로킹 2개를 보태 통산 블로킹 298개를 기록하고 역대 세 번째로 300블로킹 돌파를 눈앞에 뒀다.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