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21·볼턴)은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된 뒤 우상으로 주저 없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산소탱크’ 박지성(28)을 꼽았다.
그가 한국인으로는 7번째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뒤에는 박지성의 한결같은 성실함, 세계적인 구단에서 5년 이상 버틸 수 있었던 기량을 높이 평가하며 자신과의 비교를 한사코 거부했다. 이청용에게 박지성은 태극마크 선배인 동시에 세계최고 무대서 함께 뛰는 롤 모델인 셈이다.
이청용이 ‘캡틴’ 박지성과 룸메이트가 됐다. 유럽 전훈의 첫 번째 기착지인 덴마크에서 이청용은 박지성과 한 방을 쓰고 있다.
그 동안 해외원정 때는 단짝 기성용과 같은 방을 썼지만, 이번에는 덴마크전 이후 K리그 6강 PO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선수들끼리 룸메이트가 됐다.
기성용은 김정우와 곽태휘는 김치우와 한 방을 쓴다. 2002월드컵 때부터 절친한 관계를 유지 중인 이영표와 설기현, 배재중·고 선후배 차두리와 조원희, 골키퍼 이운재는 같은 포지션의 후배 김영광과 룸메이트가 됐다. 박주영의 합류가 갑작스레 불발되는 바람에 이근호는 졸지에 독방을 쓰고 있다.
‘포스트 박지성’을 꿈꾸는 이청용은 기성용과 헤어진 게 다소 아쉽지만 이 기회에 평소 존경하던 선배의 생활 습관이나 컨디션 조절 등을 어깨 너머로 보며 배우고 있다. 마치 박지성이 수년전 대표팀 합류 초기 ‘영원한 주장’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한 방을 썼던 장면이 연상된다.
이렇게 대표팀의 ‘졸장’과 ‘방장’의 역사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돌고 돈다. 박지성은 당시 홍명보와 한 방을 쓰면서 “긴장돼 제대로 숨도 못 쉬었다”고 회고했지만 지금의 대표팀 분위기는 그 때와 많이 달라졌다. 이청용도 평소와 다름없는 편안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청용은 한국이 남아공월드컵 본선티켓을 따낼 때 크게 화두가 됐던 박지성 특유의 ‘조용한 리더십’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박지성은 식사시간 때마다 테이블을 바꾼다. 대표팀은 6인 1조가 돼 4개의 테이블에서 식사를 같이 하는데, 박지성은 아침은 이 테이블, 점심은 저 테이블로 옮겨 다닌다.
이런 자리를 활용해 자연스레 동료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캡틴의 세심함이 이청용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벌어지는 덴마크와의 평가전에서 이변이 없는 한 박지성과 이청용은 좌우 측면 날개로 덴마크 격파의 선봉에 나설 전망이다. 그 동안 원조 룸메이트 기성용과 곧잘 골을 합작해냈던 이청용이 롤 모델인 박지성과는 어떤 호흡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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