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연아,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3일 21시 09분


2004년 12월 인천국제공항.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준우승한 선수가 귀국했다. 취재진과 환영 인파들 사이에서 소녀는 무표정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도 대답이 없었다. 관계자가 답답한 듯 "미셸 콴이라고 해"라고 말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의 6년 전 모습이다. 지금 같으면 상큼한 웃음과 함께 시원스럽게 얘기했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해가 다르게 변하는 김연아의 얼굴과 표정에 자주 놀란다. 6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김연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봤다.

● 말도, 표정도 없던 소녀

2004년 14살이던 김연아의 트레이드마크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사진을 찍을 때면 어색한 듯 입 꼬리만 올라갔다. 당시 그는 치아 교정을 하고 있었다. 교정기로 인해 돌출된 입이 퉁명스러운 표정을 더했다. 말도 별로 없었다. 답답한 듯 어머니가 대신 얘기해주기도 했다. 피겨 전문가들은 당시 김연아의 기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표정에 변화가 없어 표현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과는 정 반대 상황이다.

● 깡마르고 심각한 얼굴

2006년 5월 김연아는 운명적인 사람과 만난다. 3개월간 떠난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과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만났다. 윌슨은 김연아의 첫 인상에 대해 "연아는 깡마르고 아주 긴 몸을 가진, 그리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녀였다"고 말했다. 윌슨의 임무는 '무표정한 연아를 웃게 만드는 것'이었다. 2주 뒤 김연아는 얼굴을 활짝 펴고 웃으며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됐다.



● 천의 얼굴을 가진 모델

김연아는 2007년 초 처음으로 광고 모델을 했다. 패션잡지 화보도 찍었다. 운동복만 입는 선수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그는 직접 화장을 했다. 점점 발전하는 화장법은 광고 촬영 때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많은 조언과 질문을 구한 결과다. 3년간 달고 다녔던 치아교정기를 제거한 뒤 카메라 앞에서 자신 있게 활짝 웃기 시작했다. 치과는 김연아 효과로 몰려드는 손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아직 볼살이 통통한 앳된 소녀였지만 표정만큼은 성숙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 여인의 향기

2008년부터 '귀여운 소녀'라는 꼬리표를 떼고 '성숙한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오서 코치도 김연아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그는 "연아가 여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놀랍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도 어리게만 봤던 김연아의 성숙함에 당황하기도 했다. 프로그램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쪽에 중점을 뒀다. 대학에 입학한 김연아는 세련된 옷을 선호하면서 성숙함을 더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김연아는 안무에 '섹시함'라는 무기까지 장착했다. 귀여움에서 성숙함으로, 그리고 섹시한 여인으로의 변신을 거듭하는 김연아의 한계는 과연 어디일까.

레이크플래시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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