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연아” 관중도 심판도 여왕에게 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피겨 그랑프리 5차 쇼트프로그램 또 세계新우승

8000관중 일제히 기립박수
일부 감격의 눈물 흘리기도

심판들 “차원이 다른 선수”
2위한 美플랫 “정말 존경”


15일 피겨 그랑프리 5차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린 미국 뉴욕 주 레이크플래시드 1980링크.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가 연기를 마친 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곳곳에서 터졌다. 8000여 명의 관중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일부 관중은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흘렸다. 전광판에 점수가 뜨자 경기장은 다시 한 번 관중의 환호로 가득했다.
○ “경기 자체를 즐기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76.28점)으로 1위에 오르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잠시 후 특유의 미소로 관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경기가 끝난 뒤 이어진 인터뷰에선 “너무 정신이 없어
점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세계신기록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기뻐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133.95점)과
합계(210.03점)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걱정이 많이 됐는데 경기가 시작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연아가 긴장한 듯해서 경기 전 함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분위기를 바꿨다”고 전했다.


▲영상 취재: 김동욱 기자

○ “독주 체제를 굳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선수라는 평가를 다시 한 번 받았다. 여자 싱글 심판으로 참가한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심판이사(36)는 “김연아의 연기는 완벽했다. 심판들은 김연아를 다른 선수와 레벨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평가했다”며 “연기와 기술 모두 더 요구할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칭찬했다.

외국 심판들은 내년 밴쿠버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극도로 말을 아낀다. 함부로 다른 나라의 선수를 칭찬하거나 축하해 주는 법이 없다. 하지만 김연아는 예외였다. 고 이사는 “김연아가 신기록을 세우자 일본 등 외국 심판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김연아의 신기록 작성을 지켜본 외국 기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2위를 차지한 레이철 플랫(미국)도 “김연아는 정말 대단하다. 존경하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김연아-오서 코치 올림픽성화 봉송

한편 김연아와 오서 코치는 이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주자에 뽑혔다. 오서 코치는 다음 달 17일 뛰며 김연아는 이틀 후인 19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해밀턴 도심 구간 300m를 성화를 들고 달린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고 손기정 씨와 함께 한국 최고의 스포츠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겨 전문 사이트 아이스네트워크는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은 살인면허를 가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레이크플래시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16일 오전 4시 이후 시작되는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취재: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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