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프로 골프에서 뒷심은 우승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열쇠다. 미셸 위는 중요한 순간에 번번이 실수를 쏟아내며 무관에 허덕였다. 올해 SBS오픈에서는 3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11번홀(파4)에서 티샷 난조로 더블보기를 해 꿈을 접었다.
그런 미셸 위가 이번 대회에서는 신지애,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등 강자들과 접전을 벌이면서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코스 공략이 한결 성숙했고 쇼트게임도 정교했다. 12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보기를 했지만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1타 차 선두였던 18번홀(파5)에서도 티샷이 러프에 떨어진 뒤 두 번째 샷은 벙커에 빠졌지만 오히려 버디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늘 약점으로 지적된 퍼트는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 2승을 거둔 데이브 스톡턴(미국)의 레슨을 받아 공의 위치를 예전보다 조금 오른발 쪽에 두고 스탠스를 조금 열어 정확도를 높였다. 올 시즌 레귤러 온을 했을 때 퍼트 수는 1.76타로 5위에 오를 만큼 향상된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2m 안팎의 까다로운 퍼트를 좀처럼 놓치지 않았다. 장타력은 여전해 16번홀(405야드)에서는 두 번째 샷을 105야드 남겨뒀고, 227야드의 파3홀인 17번홀에서는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우승 물꼬를 트면서 미셸 위는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슈퍼스타의 귀환’을 비중 있게 다뤘다. 경제 위기 속에서 대회 취소 사태를 겪고 있는 LPGA투어도 대형 호재로 여기고 있다. 다시 날갯짓을 시작한 미셸 위의 활약이 기대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셸 위 말말말 “골프는 내인생… 눈감고 귀막고 훈련만 했다”“5세 때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을 때 골프가 내 삶의 전부가 될 것 같았는데 11년 만에 이런 자리를 갖게 됐다.”(2005년 10월 6일 프로 전향 선언을 하며)
―미셸 위는 2005년 나이키와 소니로부터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의 후원을 받으며 프로에 데뷔했다.
“실감이 안 난다. 어린이날을 맞아 갤러리와 아이들이 많이 오셔서 더욱 힘을 냈다.”(2006년 5월 5일 아시아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남자 대회에 처음 컷을 통과한 뒤)
―2003년 처음 성대결을 벌인 미셸 위는 공식 남자 프로대회 8번째 출전 만에 처음으로 컷 통과의 꿈을 이뤘다.
“88타 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최선을 다했지만 손목 부상 때문에 기권했을 뿐이다.”(2007년 6월 1일 긴 트리뷰트에서 기권한 뒤)
―미셸 위는 1라운드 17번홀까지 14오버파를 친 뒤 손목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눈 감고, 귀 막고 손목 치료와 훈련에 전념했다.”(2008년 12월 LPGA 퀼리파잉스쿨을 통과한 뒤 한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손목 부상에 따른 부진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미셸 위는 지난해 말 LPGA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한 뒤 모처럼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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