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12일 밴쿠버에서 레이크플래시드로 가는 자동차 여행 중 직접 찍은 사진 40여 컷을 본보에 제공했다. 그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기는 캐논 DSLR 450D 기종으로 1220만 화소에 초당 3.5장을 찍을 수 있는 제품. 지난해 김연아의 생일 때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에서 선물했다.》
국민적 스타가 된 김연아가 무슨 사진을 찍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공교롭게도 사진은 모두 수평 구도로 이뤄진 석양 무렵의 아름다움을 담은 풍경 사진이었다. 19세 소녀의 사진으로는 무난한 수준.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 평가를 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다만 김연아의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석양은 통상 평화, 해후, 귀가, 이별, 만남, 노후 등의 의미와 연결되는 이미지다. 김연아처럼 가슴 뛰는 열아홉 청춘에겐 석양에 물든 아름다운 풍경은 그 황금빛 색상만큼이나 황홀하거나 경이로움일 것이다.
김연아가 석양을 보고 셔터를 눌렀다는 것은 이제 그가 소녀티를 벗고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해진 감성의 소유자로 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겨스케이팅은 예술성에 기반을 둔 작업인 만큼 감성이 발달할수록 그의 몸짓은 더욱 우아해질 것이라는 게 이 사진들을 보면서 쉽게 상상이 됐다.
아울러 잔잔한 수면에 자연이 반영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가 잦은 객지 생활에서 오는 향수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을 희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면에 비친 자연의 모습을 찍으면서 자신을 수면에 비추듯 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이런 마음가짐은 자신이 하는 예술적 행위에 커다란 밑거름이 된다. 앞으로도 열심히 멋있는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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