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들은 산을 ‘정복’한다는 말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들은 “산이 나를 받아주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라야 한다. 서양 산악인들은 정복이란 말을 쓰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고 말한다.
18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 로얄호텔에서는 ‘한국의 고산 등반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등산연구소와 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해외에 비친 한국 산악인의 모습, 산악인과 언론의 관계 등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산악인들이 본 한국 산악인들의 태도는 산을 정복 대상이라 여기지 않는 겸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환경 훼손이 가장 심각했다. 일부 산악인들이 등반 장비를 회수하지 않고 오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베이스캠프 곳곳에 방치하는 것 등이 지적됐다. 성과에 집착해 지나치게 많은 장비를 사용하는 것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등반이 많다는 내용도 나왔다. 산을 우러러본다는 말이 진정성을 갖기 위한 실천이 중요해 보였다.
산악을 다루는 언론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하필이면 기자가 동행 취재했던 여성 산악인 오은선 대장의 안나푸르나 원정이 뜨거운 감자였다. 발표자는 취재진이 현지에 간 이유가 오 대장을 후원하는 업체의 광고를 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원업체의 광고 게재를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이 아닌 기사에 대한 대가로 봤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본보는 10여 건의 기사를 게재해 오은선 원정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상 중계했다. 한 회사의 광고 몇 개를 얻고자 한 것이라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었다. 여성으로선 세계 최초가 될 오 대장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도전이 그만큼 값어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산악인의 순수한 열정을 정치,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이 이어졌지만 대안 제시는 부족했다. 한국이 진정한 산악 강국으로 발전하려면 산악인과 후원업체, 언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싸한 말과 근거 없는 비난보다는 바른 행동과 실천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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