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티에리 앙리가 19일 아일랜드와의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앙리는 주니어 시절부터 천재적인 볼 터치로 지구촌을 열광시켰다. 그런데 이날은 '손 터치'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앙리는 연장 13분 골문 앞에서 핸드볼 파울을 연거푸 두 번이나 했다. 처음은 어쩔 수 없이 맞았다 해도 두 번째는 왼쪽 손바닥으로 볼을 의도적으로 오른쪽으로 쳐냈다. 그리고 오른 발로 살짝 밀어 윌리엄 갈라스의 헤딩골을 도왔다. 이 골로 프랑스는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앙리는 "솔직히 핸드볼이 맞다. 하지만 심판이 파울을 선언하지 않아 골이 인정됐다. 책임은 심판에게 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117회의 A매치에 참가해 51골이나 기록한 앙리가 이런 얘기를 하다니. 앙리는 그동안 "어떤 경기든 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명예롭게 플레이하는 게 좋다"고 말해왔다. 그동안 그렇게 행동했기에 실망은 더 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심을 방조했다. FIFA는 애초부터 '박스 오피스' 프랑스의 탈락 가능성에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플레이오프에 시드까지 배정해 강팀이 약팀과 경기하게 만들었다. FIFA는 많은 팬을 끌고 다니는 프랑스를 구제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심판들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앙리가 핸드볼 파울을 두 번하는 총 세 차례의 '불법'을 눈 감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현 아르헨티나 대표팀 사령탑인 디에고 마라도나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핸드볼 파울로 골망을 흔들었다. 심판은 득점으로 인정했고 마라도나는 '신의 손'이란 악명을 얻었다. 당시 FIFA는 골을 무효화시킬 어떤 명분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8월 열린 셀틱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때 아스널의 에두아르도가 의도적인 다이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게 뒤늦게 할리우드 액션에 대한 오심으로 판정됐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에두아르도에게 출전 정지 징계를 나중에 내렸다.
이번에도 앙리의 핸드볼 파울은 명백하다. 하지만 어떤 경기도 뒤집어지지 않은 역사로 볼 때 FIFA에 재 경기를 요청하기는 힘들다. 다만 FIFA가 강조하는 페어플레이를 더럽힌 앙리에게 의미 있는 징계는 내릴 수는 있다고 본다. 오심은 있을 수도 있지만 불량한 양심은 축구를 더럽히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