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은메달리스트 윤진희(23·원주시청·사진)는 문무(文武)를 두루 겸비했다. 역도는 물론, 시와 글짓기에도 능하다. 고등학교 때는 소설습작을 했을 정도. 올림픽 은메달을 딴 뒤에도 그녀의 욕심은 끝이 없다. 현재 한국체육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고된 훈련 속에도 수업은 무결석.
2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09고양세계역도선수권 여자53kg급. 윤진희는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인상(93kg) 은메달, 용상(116kg)과 합계(209kg)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상적인 훈련을 다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비결은 마인드 컨트롤. 윤진희는 “심리학 공부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을 의식할수록 부담감은 커진다. 윤진희는 일부러 코칭스태프에게 “라이벌의 기록을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뒤, 자신과의 싸움에만 매진했다.
시상식 이후, 기자회견장. 혜성처럼 등장해 금메달을 목에 건 줄피아 친샨로(16·카자흐스탄)는 중국어로 인터뷰에 임했다. 카자흐스탄 통역이 없었기 때문. 친샨로는 “어떻게 중국어를 아느냐?”는 질문에 “학교에서 배웠다”고 답했다. 윤진희는 “나도 영어인터뷰를 하고 싶어 주말마다 영어개인교습을 받는다”며 웃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표본.
한편 변변한 국제경기 기록조차 없던 친샨로를 용상세계타이기록(129kg)으로 이끈 카자흐스탄의 수석코치 알렉세이 리(48)는 고려인 3세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나는 전주이씨”라고 밝힌 리 코치는 2008년 12월 아시아주니어선수권 참가 차 전주를 방문했을 때, 전주이씨 사당을 방문할 정도로 뿌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남자69kg급 용상에서는 이배영(30·아산시청)의 뒤를 잇는 ‘신예’ 김선배(23·대전시체육회)가 깜짝 은메달(181kg)을 목에 거는 파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