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직원들이 한숨을 쉬며 했던 말이다. 그해 이승엽은 타율 0.323에 41홈런으로 일본 진출 이후 최고의 활약을 했다. 한 스포츠 케이블 채널이 그해 이승엽의 이적에 맞춰 요미우리로부터 중계권을 샀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 야구 중계를 했던 케이블 채널은 3곳. 그러니 TV로 볼 수 있는 국내 야구는 최대 2경기뿐이었다.
내년 일본 무대에서는 한국 선수 5명이 한꺼번에 뛴다. 이승엽과 임창용 이혜천(이상 야쿠르트) 등 기존 선수에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나란히 올스타로 뽑힌 김태균(지바 롯데)과 이범호(소프트뱅크)가 가세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호화 멤버다.
김태균과 이범호도 TV를 통해 볼 수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국내 프로야구가 올 시즌 역대 최다 관중을 돌파하며 확실한 '킬러 컨텐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이승엽의 요미우리 경기를 중계했던 SBS스포츠의 김영광 프로듀서는 "내년에는 국내 프로야구에 올인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KBO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 홍원의 사장은 "조만간 없어지는 스포츠 채널 Xports를 대신해 이미 MBC LIFE와 좋은 조건에 2010년 중계권 계약을 마쳤다. 이변이 없는 한 매일 국내 4경기가 TV를 통해 중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야구 시청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스포츠 케이블TV 관계자는 "검토 단계이지만 메인 채널에서 국내 야구를, 협력 채널(비스포츠)에서 일본 야구를 중계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 구단들이 제시하는 조건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비스포츠 케이블 채널 3~4곳이 국내 프로야구 중계를 희망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이들이 기존 채널과 경쟁할 경우 밀린 쪽이 일본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일본 야구 중계 여부를 떠나 국내 프로야구는 4년 만에 인기 컨텐츠가 됐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데 꼭 많은 세월이 필요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