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매직’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K리그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던 전남 드래곤즈 박항서(50) 감독과 성남 일화 신태용(39) 감독은 ‘우승’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준PO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꼽았다. 그러자 신 감독은 “배신감 팍 느껴지네”라고 말한 뒤 전남 대신 서울을 선택했다. 신 감독은 “사실 전남하고 붙으면 까다롭다”며 선배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 평소 ‘형, 동생’하는 두 감독이 준PO에서 서로 맞붙기를 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두 감독은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전남과 성남은 6강 PO에서 나란히 승리하며 25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PO 진출권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감독은 6강 PO에서부터 5경기를 내리 이겨 기적같은 우승을 이루어낸 ‘파리아스 매직’(2007년)의 신화에 도전할 기회를 갖게 된다. 아울러 마지막 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게 되는 것도 엄청난 소득이다.
사실 두 감독은 단 한번도 같은 팀에서 뛴 경험이 없다. 나이차가 적지 않은 까닭에 같은 시기에 그라운드에서 만난 것도 드물다. 둘이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은 94년 미국월드컵을 준비하는 단계에서였다. 박 감독은 트레이너로, 신 감독은 선수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 때는 스승과 제자였다. 하지만 신 감독은 최종엔트리에서 발탁되지 못해 미국까지는 함께 가지 못했다. 그러나 워낙 성격이 좋은 신 감독이 나이차가 많은 박 감독에게 살갑게 다가왔고, 둘은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이번 시즌에도 치열한 순위다툼을 하면서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챙겨왔다. 특히 FA컵을 앞두고는 박 감독이 신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우승을 기원해줬다. 박 감독은 “그렇게 응원했는데 신 감독이 우승을 못했다. 성남이 FA컵에서 우승했으면 준PO에서 져도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데 이제는 그 한 장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미디어데이 때 내가 인천을 꼽아 살짝 삐져있던데 만나면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절대 양보가 없다는 것을 신 감독도 잘 알고 있다”며 “좋은 경기를 통해 명승부를 연출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