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WBC에서 부진? 원래 슬로스타터…日킬러 부담감도 2. 새 구질 진상은? 직구-슬라이더 구위 되찾기가 우선 3. 갑자기 팔꿈치 부상 왜? 복귀점검 등판서 무리 인대 찢어져
작년 이맘때는 행사와 시상식 스케줄로 꽉 찼다. 격세지감. 재활에 전념하고 검진 차 일본을 다녀온 뒤, 12월10일 논산훈련소에 4주간 입소한다. 조용한 겨울 행보. 노출 자제는 자의도 깔려있다. 못한 시즌이었는데 말을 아껴야 된단 자기절제. 여기서 ‘못했다’는 아픈 탓에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했다는 의미다. 그것이 김광현에게는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는 눈치였다.
○궁금증 하나, WBC에서는 왜? 어떤 말을 해도 변명이라고 여겼다. 실력이 없어서 그랬다고 잘랐다. 다만 원래 그는 슬로스타터다. MVP로서 외부행사에 불려 다니다보니 1월부터 본격 훈련이 시작됐다. 나름 전력을 기울였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일부러라도 허세를 부려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만큼 속은 초조했다. 한국은 준우승을 했지만 그는 외로웠다. 힘들었다. 사람들이 ‘일본킬러’라고 불러주는 것도 걸렸다. 고작 몇 경기 잘 던진 것이 전부였는데.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는데. 김광현의 외로움과 고됨은 21살 청년의 어깨에 극일을 떠맡긴 바깥의 시선도 작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궁금증 둘, 새 구질의 진상은? 대한민국 에이스로 떠오르면서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이 쏠렸다. 특히 WBC와 맞물려 아시아적 관심을 받았다. 시즌까지 스플리터 커브 체인지업 등 새 구종 얘기가 흘러나왔다. 진실은 ‘예 그리고 아니오’다. “어느 투수나 그립은 안다. 캠프나 연습에서 시험해본다. 관건은 실전에서 쓸 수 있느냐다.” 여전히 김광현은 직구와 슬라이더 투수이고, 그 구위를 되찾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궁금증 셋, 손을 다쳤는데 왜 팔꿈치까지 상했을까? 왼손을 타구에 맞은 그 경기(8월2일 두산전)가 마지막이었다. 골절이 아니라고 판명돼 정규시즌 막판 복귀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김광현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다쳤어도 SK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러자 하루 빨리 돌아와 SK를 1위로 올려놓길 바라는 기대감이 팀 동료들 사이에서 퍼졌다. 매스컴도 가세했다. 알게 모르게 의식을 않을 수 없었다. 3주 치료, 3주 재활을 거쳐 복귀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과유불급. 복귀를 점검한 2군 등판에서 1회 연속 두 타자 삼진을 잡자 자신이 생겼다. 이어 3번타자를 맞아 전력투구를 하는 순간, 팔꿈치에 이상이 왔다. 바로 못 던지겠다고 사인을 주고 내려왔다. 처음엔 근육 손상으로 알았는데 진단 결과 인대까지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까지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리했다간 인대가 더 찢어질 수 있어서 복귀 일정은 전면 스톱됐다. 한국시리즈 등판도 그렇게 물 건너갔다. 아직도 팔이 아프다. 공을 만지지 않고, 재활과 휴식에 전념하고 있다.
12월 훈련소에 입소하는 기간까지 회복을 기다릴 계획이다. 그래도 김광현은 밝았다. 분위기메이커였고, 단조로운 재활도 투덜거리면서도 곧잘 따라갔다. 특히 왼 팔꿈치 재활훈련은 고통을 참고 진지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겉의 유쾌함의 이면엔 부담감이 숨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된다는. 이마저도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올라선 김광현이 극복해야 될 숙명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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