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28)를 파격적인 조건에 영입한 소프트뱅크가 이번에는 조기 적응을 돕기 위해 또 다른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범호에게 이례적으로 개인차량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프트뱅크가 이범호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선수 중 누구도 구단으로부터 차량을 제공받은 적은 없었다. ‘국보투수’ 선동열도, ‘국민타자’ 이승엽도 이런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이범호가 최초다.
국내도 그렇지만 일본프로야구에서도 감독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구단은 있지만 외국인선수 개인에게 차량까지 제공하지는 않는다. 일본 진출 6년째인 이승엽은 개인이 최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이용하고 있으며, 선동열 등 다른 선수들은 택시를 탄 뒤 영수증을 구단에 제출하면 교통비를 제공받았다.
이범호는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입단식 때 일본에 갔더니 구단에서 승용차를 주겠다고 해서 놀랐다”면서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빌라도 최고급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에서는 차량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다는 점. 또 차량이 좌측으로 통행하기 때문에 우회전과 좌회전 방식도 한국과는 정반대다. 이범호는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겠지만 운전을 하다보면 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소프트뱅크는 이범호를 보물처럼 대하고 있다. 최대 3년간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5억엔(약 65억엔)의 조건에 영입한 것부터 파격적이었다. 국내에서는 사실 ‘일본에서 그 정도 금액을 베팅할 팀이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소프트뱅크는 이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여기에다 이례적으로 개인차량까지 제공할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뱅크는 이범호를 위해 내년 시즌부터 팀 식단에 김치를 포함해 한국식 요리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의 쓰노다 마사시 구단 대표는 “일본 김치는 단맛이 많이 나기 때문에 아무래도 본고장인 한국의 김치와는 조금 다를 것”이라며 한국에서 김치를 직접 공수하겠다는 뜻을 일본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이범호에 따르면 입단식 때 만난 오 사다하루 회장은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라”면서 적응을 돕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아키야마 고지 감독도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무엇이든지 편하게 얘기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프트뱅크가 이범호에게 거는 기대는 국내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어쩌면 ‘한국이 이범호를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