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황현주 감독(43)과 흥국생명 어창선 감독(41)은 인연이 많다. 먼저 서울시립대 선후배다. 황 감독이 85학번, 어 감독이 87학번. 선수로서 한솥밥을 먹었고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부터 흥국생명에서 감독과 코치로 함께 지냈다. 황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동안 어 감독은 코치와 수석코치로 두 차례 우승컵을 안았다.
하지만 황 감독이 지난해 12월 30일 시즌 도중 경질되면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황 감독이 떠난 뒤 이승현 감독이 잠시 팀을 맡았지만 이내 스스로 물러났다. 갑자기 곤두박질한 성적이 문제였다. 위기에서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추스른 어 수석코치는 정규시즌 3위에 그쳤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이뤄냈다. 그리고 올 시즌 처음으로 적장이 돼 황 감독과 만났다. 선두(3승) 현대건설과 꼴찌(3패) 흥국생명의 싸움. 현대건설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흥국생명이 시즌 첫 승을 올렸다. 흥국생명은 2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현대건설을 3-2(25-21, 25-23, 23-25, 20-25, 15-12)로 꺾었다.
어 감독은 개막전부터 “황 감독님과는 서로를 아주 잘 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주장 한송이 역시 “황 감독님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두 사람의 말은 맞았다. 23일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며 전력 분석을 했던 황 감독은 자신을 쫓아낸 친정 팀에 설욕할 기회를 미뤄야 했다.
앞선 세 경기를 모두 2-3으로 졌던 흥국생명은 이날도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내리 두 세트를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세트 13-12에서 한송이의 오픈 공격과 카리나의 백어택이 잇달아 성공하며 경기를 끝냈다. 황 감독의 애제자였던 황연주는 팀 최다인 30점을 터뜨렸고 한송이가 14점을 보탰다. 어 감독은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다. 선두 팀을 이겨 매우 좋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연승이 끝났지만 선수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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