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축구감독의 ‘원격지휘 vs 벤치지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25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십 성남 일화와 전남 드래곤즈의 준플레이오프. 성남 신태용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치른 6강 플레이오프에서 퇴장을 당한 탓에 이날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했다.

신 감독은 무전기로 벤치의 김도훈 코치에게 지시를 내렸다. 답답했을 것 같은 신 감독은 경기 뒤 “오히려 위에서 보니 경기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하루 뒤인 26일에도 신 감독의 ‘관중석 지휘’ 예찬론은 계속됐다. 그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다. 전반은 관중석, 후반은 벤치에서 지시를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퇴장 탓에 타의로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 보면 스스로 관중석에 간 감독도 있다. 경남 FC 조광래 감독은 8월 29일 인천과 K리그 경기 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했다. 조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위에서 보면 경기가 전체적으로 보여 상황을 판단하기가 쉽다. 벤치에서는 바로 눈앞의 장면만 보게 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종종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한다.

프로축구에서 감독의 관중석 지휘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두 감독의 말대로라면 종합적으로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관중석이 지휘를 하기에는 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조 감독을 제외하고 자의로 관중석에서 간 감독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벤치에서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경기의 지휘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가까운 거리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사기를 높여주는 팀의 구심점이다. 경기를 분석하는 역할은 전력분석관의 몫이다. 벤치에서 종종 감독들이 전력분석관과 경기 중 통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 감독은 내년 시즌에 ‘관중석 지휘’를 자주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잘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벤치와 관중석 어느 쪽이 더 나으냐는 질문에 조 감독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래도 감독은 팬을 위해, 선수를 위해 벤치를 지켜야죠.”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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