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네슈 감독 “씨앗은 심었는데 과일 못따 죄송…”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귀네슈 서울 감독 고별 회견

2007년 1월 6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그의 표정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거침없이 답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터키 대표팀을 3위로 이끈 명장인 그는 취임 인사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 선수들을 성장시켜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 소속팀의 우승이 목표다.”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인터뷰 룸. 그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표정엔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을 떠나는 그의 인사말은 이랬다. “2007년 공항에 마중 나와 따뜻하게 맞아준 팬들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터키 출신 셰놀 귀네슈 감독(57·사진). 2007년 프로축구 FC 서울의 사령탑으로 취임해 올해까지 팀을 이끌었던 그가 26일 고별 기자회견을 했다.

귀네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3년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그는 한국 선수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유럽으로 젊은 선수 3명(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을 진출시키는 등 FC 서울의 가치를 높였다”며 “선수는 물론이고 경기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줘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팀을 우승시키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2007년엔 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해는 2위에 그쳤다. 올 시즌엔 시즌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며 6강 플레이오프에서 졌다. 귀네슈 감독은 “젊은 선수들로 팀을 바꿨지만 경험 부족이 문제였다. 씨앗은 심었지만 과일을 따지 못하고 떠나 팬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귀네슈 감독은 한국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건 대단한 성과”라며 “월드컵 16강은 통과할 것이고 이후 상대 팀이 어디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 “일단은 터키에서 6개월 정도 쉬고 난 뒤 생각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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