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갈매기 안타’ 올해의 야구상 후보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7일 17시 58분


추신수(27·클리블랜드)의 끝내기 안타를 도왔던 갈매기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올해의 야구상 후보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올해의 야구상 '기이함(Oddity)' 부문에 이 갈매기들이 후보로 든 것. 올 시즌 야구장 안에서 벌어진 진풍경 10가지 중 인터넷 팬 투표를 통해 1위를 가리게 된다.

갈매기들이 연출한 진풍경은 6월 12일 클리블랜드와 캔자스시티 경기 때 나왔다. 추신수는 3-3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무사 1, 2루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증견수 앞에 얌전히 앉아 있던 20여 마리의 갈매기들은 타구에 놀라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이 바람에 덩달아 놀란 중견수는 바운드된 공을 뒤로 빠트렸고 2루 주자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아 홈팀 클리블랜드는 4-3으로 이겼다. 중견수가 바로 잡았다면 홈에서 접전이 예상된 짧은 안타였다.

항구 도시인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 외야에는 여러 마리의 갈매기가 모여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당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고향이 부산인 추신수를 위해 부산 갈매기들이 클리블랜드까지 날아가 상대 수비를 방해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추신수는 4일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 갈매기들 얘기를 꺼냈다. 끝내기 안타를 날린 자신에게 동료들이 "갈매기를 놀라게 했기 때문에 동물학대죄로 경찰이 너를 붙잡으러 올 것이다"고 했다는 것.

12월 12일까지 타자, 선발 투수, 마무리 투수, 감독, 신인 등 12개 부문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팬 투표는 순위 선정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내년 시즌 야구장에서 직접 트로피까지 주는 것으로 돼 있어 갈매기들이 1위로 뽑히면 또 한 번의 진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추신수는 '이름 없는 스타'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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