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깨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성남 일화. 일찌감치 전북이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체력을 충분히 비축했으나 성남 역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감독부터 주축 선수들이 대거 퇴장당하며 발생한 여러 가지 변수가 성남의 K리그 챔피언십 행보를 어렵게 했지만 6강 플레이오프(PO)부터 매 경기 치열한 ‘외나무다리 혈투’를 극복하면서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공교롭게도 인천과 전남, 포항을 잇달아 잠재운 것을 빗대 축구팬들도 ‘한반도 3면 바다의 파도를 넘었다’는 표현을 내놓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성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전남과의 준PO를 제외하면 매 경기 ‘퇴장 변수’를 감수해야 했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인천전에서 2명이 퇴장당해 9명이 경기를 뛰었고, 포항전에서도 한 명이 퇴장당해 10명이 파상공세를 펼치는 상대의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내야 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투혼. 주위에선 “성남의 체력이 바닥났다”고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올 시즌 매주 2차례 경기를 할 수 있는 생체 리듬을 만들어뒀다는 것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었다. “우린 K리그 경기가 없어도 수요일과 목요일, 사흘에 한 번 꼴로 연습경기를 잡아 선수들의 실전 감각과 컨디션을 만들었다.”
하지만 생체 리듬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터. 성남은 6강PO부터 혈전을 치러 지쳐있는 선수들을 위해 ‘링거 요법’을 썼다. ‘링거 투혼’이라고 부를 만하다. 국내 선수들부터 용병들까지 단 1분이라도 뛴 선수들에겐 예외 없이 경기 다음 날 링거를 맞도록 조치했다. 포항전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30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 부근 성남 선수단 숙소는 마치 전장을 방불케 하는 트레이너들의 바쁜 움직임으로 정신이 없었다.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득점을 올린 몰리나는 “다른 리그에서 뛸 때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링거를 맞곤 했다”며 “조금 정신적으로 피곤하긴 해도 체력에는 문제없다”고 자신했고, 라돈치치도 “링거를 맞으니 힘이 불끈 솟는다”고 어깨를 으쓱 했다.
성남 박창현 트레이너는 “단순한 포도당 성분이 아닌, 빠른 피로 회복을 위한 항산화제와 각종 비타민 성분이 포함됐다”면서 “시즌 후반기부터 시행해 꽤 효험을 본 산소텐트 요법도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