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4인방’ 배구코트 달군다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하늘 높이 솟구쳐야 한다. 농구 선수 같은 점프는 기본이다. 야구의 투수처럼 있는 힘껏 팔을 휘저어야 한다. 수시로 몸도 날린다. 경기마다 이 모든 걸 수없이 반복한다. 몸이 성할 리 없다. 배구 선수들은 그래서 수명이 짧다. 그들의 숙명이다. 다른 구기 종목에서 한창 전성기를 누릴 30세는 환갑으로 통한다.

방신봉(34·KEPCO45) 장소연(35·KT&G) 송인석(31·현대캐피탈) 이형두(29·삼성화재). 코트를 떠났다가 컴백했거나 은퇴 위기에서 살아난 베테랑들이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올 시즌 프로배구에서 이들의 노장 투혼이 빛나고 있다.

여자부 최고령 장소연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뛰고 싶다”며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1라운드에서 3경기에 교체 출전해 대표팀 센터 출신답게 유효 블로킹 11개에 블로킹 7득점을 기록하는 등 위력이 여전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년 넘게 ‘거미손’으로 통했던 방신봉은 2007∼2008시즌을 마지막으로 코트에서 사라졌다가 팬들 앞에 돌아왔다. 1라운드 우리캐피탈과의 경기에서 블로킹 6점을 포함해 15득점을 기록하는 등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이형두는 2006년 교통사고로 목뼈 등을 다친 뒤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다 6월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9일 라이벌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16점을 쏟아 부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은퇴 권유를 뿌리치고 공을 잡은 송인석도 4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지난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홍익대 감독 시절 방신봉을 키웠고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이형두가 포함된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했던 한국배구연맹 신춘삼 경기운영팀장은 “방신봉과 장소연은 실전 감각이 부족한데도 타고난 센스 덕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송인석과 이형두도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게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 몸 관리만 잘하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분간 이름값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몸은 전성기를 지났다. 점프는 줄고 힘은 떨어진다. 그래도 이구동성으로 “배구가 그리웠다”며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덕분에 코트는 더욱 뜨겁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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