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9·고려대)의 얼굴은 밝았다. 2일 오후 일본 도쿄 국립요요기경기장 제1체육관.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공식 연습에 나선 김연아는 평소처럼 몸에 꼭 맞는 검정색 연습복 차림으로 거침없이 빙판 위를 누볐다.
어려운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뛸 때, 레벨 4를 목표로 했다는 스트레이트라인 스텝 시퀀스를 공들여 연기할 때, 그리고 템포가 처지는 음악 때문에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난감한 사인을 주고받을 때도, 몸짓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쳤다.
김연아는 연습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캐나다와 (도쿄의) 시차가 커서 걱정을 했는데, 잠도 푹 잤고 몸 상태도 좋았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시차 적응은 잘 하는 편이었다”면서 “토론토에서 훈련 때 했던 것처럼 잘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컨디션 난조와 점수에 대한 부담으로 긴장했다는 그랑프리 5차 대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
일본 취재진이 영어로 질문하자 직접 영어로 대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올림픽 전 마지막 대회라 내게 중요하다. 좋은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잘 하고 싶다”는 각오와 함께였다.
김연아의 얼굴이 굳어진 건 단 한 번. 내년 2월 전주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 출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다. 김연아는 “올림픽 시즌에는 톱클래스 선수들이 누구나 4대륙대회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올림픽과 비슷한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나 역시 출전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