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프로배구 시상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심판상 부상으로 돋보기가 등장했다. 정확한 판정을 해달라는 의미였지만 심판들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집단 퇴장했다. 심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코미디 같은 사건이었다. 흔히 스포츠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한다. 심판들은 "우리도 인간이다.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외 토픽에 나올만한 황당한 오심으로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가 아닐까.
● 앗 이런 일도
지난달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는 0-1로 뒤진 연장 13분 아일랜드 골문 왼쪽에서 왼손으로 두 차례 공을 터치한 뒤 윌리엄 갈라스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해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 1-0으로 이겼던 프랑스는 이 무승부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당시 4명의 심판은 누구도 앙리의 핸드볼 파울을 인정하지 않았다.
앙리에 앞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는 원조 '신의 손'으로 유명하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0-0이던 후반 6분 골문 앞에서 뛰어 올라 날아온 공을 왼팔로 쳐내 골로 연결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대표적인 오심으로는 1997년 삼성과 쌍방울의 경기가 손꼽힌다. 삼성이 4-1로 앞선 9회 초 2사 1,2루에서 쌍방울 대타 장재중은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에서 원바운드된 공을 헛스윙 했다. 삼성 포수 김영진은 경기가 끝난 것으로 여겨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버렸다. 주심도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당시 쌍방울 김성근 감독은 철수하던 주심에게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황이라고 어필했고 경기가 속개된 뒤 쌍방울은 6-4로 역전승했다.
2005년 두산 김재호는 KIA와의 경기에서 볼넷이 돼 진루해야 했으나 선수와 심판 모두 볼카운트를 착각해 계속 타석에 있다 다음 투구 때 안타까지 쳤다. 기록원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해 김재호는 볼넷으로 1루에 나간 것으로 정정됐다.
플레이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프로농구에서도 오심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른바 '15초 사건'이 대표적이다. 오리온스는 2003년 TG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6점 앞선 4쿼터 종료 1분 16초 전부터 15초 동안 계시기가 멈춰버리면서 동점을 허용해 결국 패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4강전에서 동점이던 경기 막판 노르웨이의 슛이 골라인을 넘기 전에 종료 버저가 울려 노골이었는데도 심판이 득점으로 인정해 패한 뒤 눈물을 쏟았다.
● 첨단장비 속속 등장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플레이오프부터 평소보다 2명 많은 6명의 심판이 투입됐다. 전통을 고수하는 축구는 판정 시비를 줄이기 위한 첨단 장비 도입을 꺼리고 있어 '인해전술'을 사용한 것이다. 테니스는 '호크 아이'라는 라인 판독 기술을 2006년 US오픈부터 채택했다. 6대의 카메라를 통해 폴트와 아웃 여부 등을 면밀히 촬영해 선수들의 요청이 있으면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을 번복한다. 국내 농구와 배구에서도 비디오 판독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야구도 파울과 홈런 여부를 가릴 때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다. 잦은 판정 시비를 일으킨 태권도는 센서가 부착된 전차 호구를 도입해 논란의 소지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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