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과학의 비밀’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스테로이드를 다룬 바 있다. 올림픽 금지약물로 널리 알려진 이것은 근력 증대에 단기적으로 강력한 약물효과를 가지고 있어 확산추세에 있다고 한다. 근육을 자랑하는 보디빌딩에서 시작된 스테로이드 복용은 프로스포츠로 옮겨온지 오래됐고 이제는 일반인 복용비율이 50%%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멋진 몸매를 만들어 자신감을 키우고 주목받기를 원하는 일반인에게까지 파고들고 있는 것은 인터넷에서 스테로이드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탓도 있다고 한다. 스테로이드 유혹이 무차별적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얘기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에 대해 과학계는 현재 “증거는 있으나 증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의학보고서에서 혈액 내 지방찌꺼기가 쌓여 간질환, 심장질환, 성기능장애 등 몸속 상황이 나빠지는 위험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성격도 공격적 성향을 보이며 투약중지시 우울증을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9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1군 엔트리 등록선수 중 팀당 5명을 무작위 배번추첨을 통해 약물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원 음성판정을 받아 국내프로야구는 약물복용선수가 없다고 발표했다. 특히 KBO 유영구 총재의 철학인 ‘클린 베이스볼’을 위해 약물복용의 경력이 있는 선수는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끝까지 추적하는 끝장감시 체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보듯 기록 달성이나 고액연봉을 바라는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테로이드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미국 의회에서 진실을 고백한 호세 칸세코, 홈런왕 배리 본즈, 그리고 사이영상 최다수상자인 투수 로저 클레멘스 등이 한때 스테로이드 파문에 연루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 국내에선 마해영이 선수생활체험기인 ‘야구본색’에서 일부 선수의 약물복용에 관해 언급한 것을 보면 지속적으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프로 구단의 명예가 있어 쉬쉬하는 분위기에다 팀 성적이나 큰 액수의 돈이 걸려 있는 문제라 누구도 내놓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12월은 프로나 아마추어나 모든 야구선수들이 근육 증대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기간이다. 누구나 한번쯤 유혹을 받을 만한 시점이다. 올림픽 종목에서 야구가 탈락하면서 약물복용에 대해 해방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아 더욱 감시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