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오늘 쇼트프로그램 출전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는 제대로 된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여권에는 수많은 출입국 도장이 찍혀 있다. 요즘은 여권 2개를 붙여서 사용한다. 그가 2004년 주니어로 데뷔한 뒤 방문한 도시는 15개국, 20개 도시에 이른다.
○ 서울∼부산 1000번 왕복한 거리
김연아는 2004년부터 한 차례 국내에서 열린 대회를 제외하고 22개 대회를 해외에서 치렀다.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가 대부분이었다. 프랑스 파리와 일본 도쿄, 중국 하얼빈은 2번씩 방문했다.
국제대회 이외의 이동도 적지 않다. 전지훈련지가 캐나다 토론토이기 때문이다. 학업이나 아이스쇼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과 캐나다를 수차례 오가야 한다.
김연아가 지금까지 이동한 비행거리만 해도 약 80만 km에 이른다. 지구 둘레(4만75km)를 20바퀴나 돈 셈이다. 서울∼부산(약 400km)을 1000번 왕복한 것과 맞먹는다.
김연아가 해외 원정에 나설 때 이동거리는 대부분 1만 km가 넘는다.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 관계자는 “이제 김연아에게 있어 비행기 이동은 생활의 일부이다”고 전했다.
○ 피로 줄이려 일반석에서 일등석으로
김연아는 주니어 초창기에는 비행기 일반석을 탔다. 유난히 팔다리가 긴 그는 장시간 비행 후 피로를 호소했다. 다행히 김연아는 2007년부터 한 항공사의 후원으로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올해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부터는 일등석을 탄다. 대기업 총수가 주로 앉는 자리여서 옆자리를 비워 둬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김연아는 비행기에서 음악을 듣거나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역시 피겨.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잠을 청한다. 김연아는 “아직 나이가 어려 시차 적응이나 비행기 이동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라도 잦은 비행기 이동은 일반석이든 일등석이든 고역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연아는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은퇴할 때까지 자신이 감내해야 할 숙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올 시즌 직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제출한 프로필에 훈련 시간을 이렇게 적었다. 그는 일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8시간을 피겨에 매달린다. 시즌과 비시즌이 따로 없다.
김연아는 2006년 말부터 캐나다 토론토의 크리켓 빙상장에서 훈련해왔다. 하루 4시간은 빙판 위에서, 나머지는 체력 훈련을 한다. 이 같은 훈련량은 다른 나라 선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안도 미키(일본)와 애슐리 와그너(미국)의 일주일 훈련시간은 28시간이다. 아사다 마오(일본)는 23시간이다. 훈련 시간이 실력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연아는 꾸준한 훈련으로 실력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피겨 그랑프리 Q&A▼
대회마다 경기순서 왜 바뀌나? “인기선수나 주최국 선수 마지막날 배치”
피겨 선수들의 공식훈련은 왜 하루 한 번뿐일까? 경기 순서가 대회마다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3일 개막한 피겨 그랑프리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를 문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공식훈련이 하루 한 번인 까닭은….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하루 1회 40분간 공식 훈련을 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가 주니어를 포함해 8개 종목 48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간을 쪼개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 빙상장을 사용한다. 개별 연습을 하기 위해 사설 링크를 빌리는 선수도 있다.
―대회마다 경기 순서가 바뀌는 이유는….
“주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거나 자국 스타가 출전하는 종목을 마지막 날 프라임타임에 배치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연아가 출전하는 여자 싱글이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를 장식한다.”
―그랑프리 앞에 붙는 회사 이름은….
“대회 공식 메인 후원사다.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에리크 봉파르’는 캐시미어를 만드는 프랑스 의류회사다. 2차 대회의 ‘로스텔레콤’은 러시아 통신회사다. 그랑프리 파이널처럼 대회 앞에 아무것도 붙지 않은 것은 주최국 연맹이 주요 스폰서일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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